우리 정부는 바로 중국 측에 유감을 표시하고 향후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협의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국 정부가 지난 23일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은 제주도 서쪽 상공에서 우리 군이 설치한 방공식별구역과 일부 겹치며 면적은 사다리꼴 모양으로 폭 19.2㎞, 길이 80~104㎞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제주도보다 적은 면적이다.
방공식별구역은 국가안보 목적상 군용 항공기의 식별을 위해 설정한 임의의 선으로 국제법적으로 관할권을 인정받지는 못하며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다.
현재 경기 오산과 대구의 중앙방공통제소(MCRC)를 비롯해 전국의 장거리레이더가 방공식별구역에 접근하는 외국 군용항공기를 실시간으로 추적.감시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사전 예고 없이 외국 군용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에 접근하면 경고방송을 하고 퇴거를 요구하고 우리 전투기가 출격하게 된다.
하지만 방공식별구역이 국제법상 관할권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타국 항공기가 진입했다 하더라도 강제착륙 또는 무력사용 등의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이같은 이유로 현재까지 방공식별구역 진입으로 군사적 충돌 등 큰 문제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고 군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군 소식통은 "이번에 겹치는 방공식별구역 면적이 매우 미미하며 중국과 지난 2008년에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핫라인이 설치돼 있어 충돌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민간 항공기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차원에서 설치·운용하는 비행정보구역(FIR)의 통제를 받아 군이 설치한 방공식별구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중 방공식별구역 중첩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분쟁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유감을 표명하며 향후 구역 조정을 위한 협상 방침을 밝혔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우리 방공식별구역의 제주도 서남방 일부 구역과 (중국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된 것에 대해서 유감으로 생각하며, 중국의 이번 조치가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중국 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우리가 기존에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에 우리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이어도가 빠져 있었다는 사실이 다시 부각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우리 군이 운용하고 있는 방공식별구역은 6.25 전쟁 중인 지난 1951년 북한과 중국 항공기 조기 식별을 위해 미 태평양 공군이 설정했으며 이어도는 빠져 있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이 설치한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가 포함됐을 뿐만 아니라 일본 역시 이미 지난 1969년 이어도를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켜놨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중국이나 일본의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무관하게 이어도 수역에 대한 우리의 관할권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군 소식통도 "우리 해군의 작전구역(AO)에는 이어도가 포함돼 있어 이 지역에서 해상 작전을 수행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도는 마라도로부터 서남방 149㎞ 해역에 위치해 있지만 수중암초로 된 섬이어서 우리가 국제해양법상 법적지위를 갖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영토분쟁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중국과의 방공식별구역 협상 과정에서 이어도 문제 역시 포함시키는 것은 물론 일본과도 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센카구(중국명 댜오위다오) 지역 등 일본의 방공식별구역과 크게 겹치면서 중.일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당일 중국군 정보수집기 2대를 센카쿠 열도 북방 동중국해의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진입시켰고 일본도 대응 차원에서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다.
이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이 되어서는 안될 것 이며, 우리 정부는 역내 각국이 상호신뢰를 증진할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