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이바노프 크렘린 행정실 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처음부터 국제해양법재판소 소송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며 "이번 판결에도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린피스 회원) 문제는 정치적 측면이 아니라 러시아 법에 기초한 법률적 측면에서 해결될 것"이라면서 "러시아 내의 법적 절차가 종료되면 회원들이 러시아를 떠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산하 국제해양법 재판소는 하루 전 러시아 당국이 구속 기소한 그린피스 회원과 억류 선박을 360만 유로(약 51억원)의 보석 보증금을 내는 조건으로 즉각 석방하라고 판결했다. 재판소는 네덜란드 당국이 보석금을 지불하면 회원들과 선박은 러시아를 떠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앞서 지난달 21일 러시아 당국이 북극해 개발 반대 시위를 벌이던 그린피스 회원과 이들이 탄 네덜란드 선적 선박을 억류한 것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제소했다.
그린피스 회원들은 지난 9월 중순 네덜란드 선적의 쇄빙선 '악틱 선라이즈'호를 타고 북극해와 가까운 바렌츠해의 러시아 석유 시추 플랫폼 '프리라즈롬나야' 부근에서 시위를 벌이며 플랫폼 진입을 시도하다가 선박과 함께 러시아 국경수비대에 나포됐다.
선박에는 러시아인 4명을 포함해 19개국 출신 환경운동가 30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프리라즈롬나야 유전 개발이 심각한 해양오염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개발 중단을 요구하다 억류됐다. 난동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들은 북부 무르만스크에서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구치소로 이감돼 조사를 받아왔다.
러시아 법원은 지금까지 구속된 회원 30명 가운데 호주인 1명을 제외한 29명에 대해 200만 루블(약 6천500만원)의 보석금을 내는 조건으로 석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러시아 내에서 조사와 재판 과정이 끝나기 전까지는 회원들이 러시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그린피스 측은 이날 앞으로 북극해에서 또다시 선박 시위를 벌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린피스 영국 지부 지부장 존 소벤은 '앞으로 북극해에 다시 선박을 파견할 생각이 있는가'란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계획이 없다"면서 "그러나 유전에서 기름이 유출되거나 이같은 사실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으면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