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이승한 부장판사)는 김모(32) 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2004년 교사를 시작한 김씨는 2006년 광주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해 10월 김씨는 수학숙제를 해오지 않았다며 A군의 귀밑머리를 살짝 잡아당기며 꾸짖었다.
A군의 부모는 이 일로 저녁마다 김 씨에게 전화해 폭언을 퍼붓고, 같은 반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 김 씨에 대해 험담을 하기도 했다.
김 씨의 반 아이들은 이 일로 김 씨에게 무례하게 대하기 시작했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김 씨는 10월이 되면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김 씨는 2008년 10월 우울증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아 "학부모의 폭력적 말투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1년전에도 비슷한 우울감을 겪었고, 학교가는 것이 너무 힘들고 모든 것이 겁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씨는 다른 학교로 전근하기도 했지만 10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우울증 때문에 2011년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씨의 유족은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며 유족 보상금을 청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김 씨가 2006년 10월 학부모의 폭언 등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런 스트레스가 사회평균인 입장에서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정도라고 볼 수 없다"며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자살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므로 공무원이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이 발생했고, 그 우울증이 자살의 동기나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공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함부로 추단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