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사제단 朴하야론, 정치권에 파문

與, '한미 훈련시 북 대응 필연적' 강론 빌미 절제된 반응서 돌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 여권이 23일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야당은 사제단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현직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 천주교계의 이례적인 시국미사로 정치권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여권의 분위기는 매우 격앙돼 있다.

일부 사제들의 과격행동이라던 전날의 절제된 반응에서 분위기가 사뭇 바뀌었다.

독도 주변에서 일본이 훈련하면 우리가 대응하듯이 서해 NLL에서 한미가 훈련하면 북한도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취지의 박창신 원로신부 강론이 빌미를 제공했다.


이날이 연평도 3주기라는 시점도 구실이 됐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그 사람들의 조국이 어디인지 의심스럽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흔들리는 지반 위에서는 집이 바로 서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새누리당의 비판은 더욱 원색적이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주말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을 국회로 불러모아 "종교 제대(祭臺)를 방어벽 삼아 북한의 연평도 공격행위를 정당화하고 천안함 폭침사실을 부정한 것"이라고 사제단을 맹비했다.

그는 "사제단이 속해있는 야권연대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민주당도 이에 동의하는지 밝혀야 한다"며 민주당을 걸고 넘어졌다.

반면 민주당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사제단의 말씀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정도의 입장을 밝혔다.

박용진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사제단이 박근혜 정권의 불통과 무책임함을 꾸짖었다"며 "사제단이 외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세상의 모든 돌'이 소리지를 것"이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사제단의 목소리를 반목과 대립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려 하고 있다"며 "비판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건 국민통합의 정치가 아니다"고 타일렀다.

이에앞서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은 22일 저녁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신부와 신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진행했다.

시국미사에서 송년홍 신부는 "사퇴 또는 하야, 퇴진이라는 말이 그동안 간간히 나왔지만 대통령의 회개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마음속에만 외치는 말이었다"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수뇌부가 방해하는 상황을 보면서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진실은 알려져야 하고 거짓은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송 신부는 "국민의 저항과 비판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의 지도역량과 국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고 거취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의 응답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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