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는 ‘국정원 직원들이 2만 6550건의 글을 자동 복사해 121만건으로 확대 전파했다’는 검찰의 공소 내용을 부인하는 것이다.
국정원의 주장은 국정원 직원이 직접 생성한 글은 2만 6550건이 아니라 2300건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따라서 자동 복사해 전파한 글도 121만건이 아니라 수만건이라고 ‘파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확인’했고, 또 어떻게 ‘파악’했다는 것인지 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이 같은 주장은 그 간의 행실을 돌이켜볼 때 신뢰성이 떨어진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의 발단이 됐던 이른바 심리전단 소속 여직원 김 모 씨의 존재가 발각된 지난해 12월 12일 국정원은 “해당 직원은 특정 후보 비방댓글을 인터넷에 남긴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후 몇 차례 더 국정원은 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 여직원이 ‘오늘의 유머’에서만 쓴 것으로 확인된 비방댓글만도 수 십 개인 것으로 재판 과정을 통해 확인됐다.
국정원은 이 사건 이후 “국정원은 정치중립을 분명히 지켜왔다”는 말을 어려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이 말이 사실이면 국정원이 121만건의 글을 유포시킨 이유도, 그래서 선거개입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을 이유도, 나아가 국정원이 현재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을 이유도 없을 것이다.
서울경찰이 지난해 12월 16일 ‘국정원 직원 불법선거운동 혐의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국정원이 낸 입장도 그렇다.
당시의 경찰 중간 수사결과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는 국정원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민주당이 국가정보기관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국정원의 조직적 비방 댓글’ 사건을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대선개입이라는 국기 문란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은 바로 국정원 자신임에도 그 혐의를 야당에 뒤집어씌운 것이다.
국정원의 거짓말 퍼레이드는 올해도 계속됐다.
지난 7월 4일 국정원은 악질적인 지역 비하글과 여성 폄하글을 수 없이 인터넷에 올린 악명높은 ‘좌익효수’ ID 사용자에 대해서도 “국정원 직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냈다.
그러나 이 ID사용자 역시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후 국정원은 이와 관련해 추가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올해 3월 18일 원세훈 전 원장이 정치개입을 지시했다는 ‘원장님 지시 강조’ 글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원세훈 원장은 지난해 8~12월 대선을 앞두고는 수차례에 걸쳐 전 직원들이 정치중립을 지키고, 선거에 연루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이 보도자료 역시 사실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재판 과정에서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은 반성은 커녕 입만 열면 거짓말하고 증거가 나오면 취지가 다르다고 하면서 사태를 점점 악화시키고 있다”며 “국정원의 이 같은 태도가 박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면 이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국정에 임하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