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만·식·계를 사랑한 산 사나이

지난 2010년 지리산 천왕봉에 도전했다. 해발 1천915m. 이정재(55)씨는 3년 간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지리산 천왕봉을 131차례 오르내렸다.

그가 지나간 지리산 나무 하나 하나에는 어김없이 ‘보·만·식·계’라고 적힌 노란리본이 걸렸다.


‘보·만·식·계’는 산 사나이 이 씨의 닉네임이자, 대전을 알리기 위한 메시지다.

“산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그 지역 종주코스를 자랑해요. 서울은 어디가 좋고, 지리산은 3대 종주 코스가 있다라는 식으로...”

공무원(대전시 차량관리담당)인 이씨는 대통령 표창을 받을 정도로 일에 빠져 지내왔다. 그러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한 것이 등산.

산을 탄 지 10여년이 된 2002년. 이씨는 동료 산악인들과 새로운 도전을 했다. 산악인들이 많이 찾을 수 있는 아름다운 산줄기를 대전에서도 찾아보겠다는 것.

동료 산악인 4명과 밤을 새며 20시간이 넘는 강행군을 매주 펼쳤다. 등반 때마다 크고 작은 봉우리 150개를 넘었다.

대전의 명산인 보문산과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의 산줄기를 잇는 등산로 60km를 찾아냈다.

이 코스의 이름을 각 산의 첫 글자를 따 보·만·식·계라고 지었다. 대전에서 새롭게 발견한 종주코스 ‘보만식계’를 알리기 위해 지리산 산줄기에 리본을 걸었다. 산악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다.

“보만식계 종주코스를 알리기 위해 인터넷에 산행기를 올리기도 하고 리본을 걸었죠. 요즘에는 전국에서 산악인들이 많이 찾아요. 그만큼 우리 지역을 많이 알린 것 같아 뿌듯해요”

이 씨는 지리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줄기를 잇고 있는 백두대간, 735km에 달하는 산줄기 곳곳에도 ‘보만식계 리본’을 어김없이 걸었다.

산악인들이 찾자 지역 구청에서도 등산로를 정비했고 이정표도 설치됐다. ‘보만식계’는 최근 대전의 등산로로 유명한 둘레산길의 뿌리가 됐다.

“해외에 유명한 산도 가고 싶죠. 직장 다니다보니 가고 싶어도 못 가죠. 그래도 우리나라 산, 지역의 산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너무 좋습니다”

그는 요즘도 토요일이면 산에 빠진다. ‘보만식계’를 확장한 100km 대전 종주 코스를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고 싶은 마음에 발길이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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