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2' 김우빈 "아버지 몰래 보던 '친구'…꿈이 현실로"

성훈 역 맡아 젊음의 좌절 분노 오롯이 드러내…"스크린에 새겨진 이름 석자 울컥"

배우 김우빈(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개봉2주차 2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친구2'는 어느덧 중년이 돼 10여 년 만에 다시 뭉친, 마흔일곱 동갑내기 곽경택 감독과 배우 유오성의 저력을 재차 확인시켜 준 작품으로 회자된다.

이 영화가 길어 올린 또 하나의 값진 성과가 있으니, 바로 배우 김우빈(24)의 발견이다. 극중 죽은 동수(장동건)의 아들 성훈 역을 맡아 강렬한 눈빛과 천연덕스러운 사투리 연기를 보여 준 그는 패기와 상처, 좌절과 분노로 점철된 젊음 그 자체를 연기한다.
 
21일 저녁 서울 충무로에 있는 한 주점에서 만난 김우빈은 친구2에 출연한 것을 두고 "바람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김우빈은 "드라마 '학교2013'를 할 때 친구2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는 친구 종석이랑 '좋아하는 영화의 속편인데 정말 하고 싶다'는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며 "그런데 얼마 뒤 신기하게도 시나리오를 받게 됐고 출연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우빈은 어릴 적 집에서 아버지와 함께 친구1을 보다가 피 튀기는 장면이 나오자 어색하게 중단됐던 추억을 들려 줬다. 그 미완의 첫 관람 이후 김우빈은 여러 차례 이 영화를 볼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단다.

그는 "1편 중 다리 위에서 상택(서태화)이 탄 택시를 세운 준석(유오성)이 '친구야!'라고 외치며 반가움에 겨워 차장을 두드리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며 "그 장면만 보면 강렬한 남성미에 가슴 속에서 짜릿한 감정이 끌어오른다"고 했다.
 
자신이 가슴에 품은 영화의 속편인 만큼 친구2에 임하는 김우빈의 자세도 남달랐으리라. 그는 먼저 매 작품에 들어가기 전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의식처럼 임하는 백문백답에 더욱 신중을 기했다고 했다.
 
김우빈은 "먼저 '최성훈'이라는 이름 석자를 써 두고 하나 하나 그 인물의 성정과정을 써 내려갔는데, 성훈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는 '엄마'라는 답이 쉽게 나온 반면 싫어하는 사람의 이름을 쓰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전했다.
 
전북 전주에서 자란 김우빈에게 부산 사투리로 연기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을까. 그는 "외가가 경상도여서 사투리를 잘 하지는 못 했어도 듣는 귀는 원래부터 무척 밝았다"며 "그래서 사투리 대사 하나 하나가 어색하게 들리지 않도록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우빈은 "촬영 당시 가장 힘들었던 신이 은기(정호빈)를 죽이는 장면이었다"며 "리허설 때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는데, 실제로 칼을 들고 연기하다가 '컷' 소리가 나면 다리가 풀릴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친구2'의 한 장면.
이어 "언론 시사회 때 처음 완성된 영화를 봤는데, 시작하고 나서 '곽경택 감독 작품'이라는 문구에 이어 배우들 이름이 나왔다"며 "그곳에 내 이름이 뜨는 순간 촬영 당시 기쁘고 힘들었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울컥했다"고 덧붙였다.
 
김우빈은 유오성과의 첫 만남에 얽힌 일화도 들려줬다. 그는 "유오성 선배님을 처음 만났을 때 무서웠는데, 갑자기 '형이라 부르기도 그렇고 하니 아저씨라 해라'고 하시며 긴장을 풀어 주셨다"며 "촬영하는 동안 많이 챙겨 주셨고, 마친 뒤에는 형제라는 뜻에서 '아제'로 호칭을 바꿔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유오성 선배님께 성훈에 대해 여쭤 보면 '니가 제일 잘 아는데 나한테 물어볼 필요가 있냐'고 해 주셔서 더욱 분발하면서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우빈에게 취미를 물었다. "안 믿을지도 모르지만"이라고 운을 뗀 그는 "어릴 적 어머니의 영향으로 6년 동안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그림을 배웠는데, 지금도 틈날 때면 그림을 그린다"며 "이것 저것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나 내 안의 무엇을 그리다 보면 응어리들이 풀리면서 안정을 찾게 된다"고 답했다.
 
이어 "이쪽 일을 시작할 때 어머니와 약속한 게 책을 많이 읽는 것이어서 의식적으로 독서를 많이 하려고 애쓴다"며 "그림이나 독서를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만큼, 나에게 주어진 배역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전주에 계신 부모님과 떨어져 있는 그는 "가족 카톡방을 만들어 수시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 받는다"며 "아버지와는 이 일을 시작한 뒤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먼저 다가가는 편"이라고 전했다.

1989년생 뱀띠인 김우빈에게 뱀의 해인 2013년은 평생 잊지 못할 한 해로 각인됐을 터다. 그는 "많은 것들이 이뤄진 뜻깊은 해지만,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분들의 기대에 부담감도 그만큼 커졌다"며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지만,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는 없으니 열심히 달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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