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곳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경기 체감도는 어떨까. 11월 13일 저녁 6시 남대문시장의 한 속옷 가게에 들러 "요즘 장사가 잘 되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상인은 손사래부터 친다. "장사가 잘 되기는 무슨. 요즘에는 리어카 상인들도 오후 8시면 장사를 접어요. 알다시피 요즘은 엔저 때문에 일본 손님이 확 줄었어. 그나마 인도 관광객이 조금 늘긴 했는데, 싼 거밖에 안 찾아요."
"대형마트 규제가 시장에 도움이 되는 것 같냐"고 질문에는 "전혀 도움 안 되지"라며 말을 이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작은 상점을 하나 운영하려면 월 150만~200만원을 임대료로 내야돼. 리어카 상인들은 돈을 안 내고 장사하잖아. 이런 것들이나 좀 해결해줬으면 좋겠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규제책이 정작 재래상인에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한탄이다. 그렇다면 임대료를 내지 않는다는 리어카 상인의 사정은 괜찮을까. 남대문시장 초입에서 만난 리어카 상인은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장사가 잘 될 턱이 있나요. 시청이며 구청이며 허구한 날 단속을 나오는 통에 살 수가 없어.
남대문시장에 별 세개 단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야. 한번 걸리면 200만~300만원씩은 기본이라구. 짝퉁을 파는 게 옳다는 게 아니에요. 문제는 단속이 너무 심하다는 거야. 한국 사람이 오지 않으니 관광객을 상대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은 브랜드 로고가 없으면 사질 않아. 경기는 불황이고 팔 만한 건 못 팔게 하니까 어려울 수밖에." 대형마트를 규제하든 그렇지 않든 재래시장 상인의 걱정은 다른 데 있는 듯했다. 25년 동안 칼국수를 팔았다는 상인 역시 대형마트 규제에 대해 "도움될 리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상인은 "한국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이나 오지 젊은 사람들은 찾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주차시설도 빈약한 데 화장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니 나 같아도 오지 않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남대문시장의 복판에서 과일을 파는 한 상인에게 전통시장이 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그는 혀를 끌끌 차며 이렇게 말했다. "일단 가로등부터 설치해줬으면 좋겠어요. 오후 8시만 되면 깜깜해져. 어두우니까 밤에는 손님들이 안와.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전통시장이라는 데 제대로 살리지도 못한다니까." 또 다른 상인은 "외국인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라며 "관광객 덕분에 먹고사는 데 그마저도 미래를 알 수 없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상인들의 눈에 비친 남대문시장의 현주소다. 국내 최대 전통시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지만 남대문시장의 편의시설은 낙후돼 있을 뿐만 아니라 미로 같은 통로, 주차난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대형마트를 규제하든 말든 소비자가 남대문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다.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비책, 다시 한번 검토해 볼 때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