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차 공소장 변경 시 검찰이 국정원의 트윗글이 무려 5만5689건에 달한다. 이 중 2만8317건이 국정원 직원이 한 것이고, 나머지는 성명 미상이라고 했다"면서 "어제 제출한 제2차 공소장을 보니 5만5689건 중에 2만8317건을 제외한 성명미상의 것들은 전부 제외를 시켰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봇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 생산된 댓글 121만을 추가 확인해서 (댓글) 합계가 124만 건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 내용을 30여분 뒤인 오전 10시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의 브리핑을 통해 공소장 변경내용을 발표했다.
#2.2013년 10월 20일 15:00 새누리당사 기자실 기자간담회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윤석열 팀장이 공소장 변경하는 데 제시한 게 5만5천689건이라고 얘기한다. 그 팀 내부적으로도 지난 며칠 전에 국정원 직원 4명에 영장발부하고 3명 체포했는데 2233건만 직접적 증거로 국정원 직원들과 연결된 것으로 제시됐지 나머지 트위터 건에 대해서는 직접 증거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수석부대표의 발언 내용은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에는 없고 검찰 내부보고서에만 나오는 내용이었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변경된 공소장에 적시된 5만5689회의 정치적 댓글을 두고는 "2233건만 직접적 증거로 제기됐지 나머지 건에 대해서는 국정원의 소행으로 추정한다는 것일 뿐 직접적 증거를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상현 수석부대표는 또 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여러 통로로 알아봤지만 개인적 차원이지 조직적 차원은 아니다"라며 "22일 국방부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더 정확한 것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방부는 윤 원내수석대표의 말대로 22일 브리핑을 했고 동일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3. 2013년 6월 14일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지난해 대선에서 선거와 정치 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작성한 댓글(게시글 포함)은 모두 1760여개였고, 이 가운데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적용한 글은 67개인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본지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최근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제출한 '수사 보고서'를 입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간 논란이 된 댓글 전모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라고 보도했다.
검찰은 14일 오후 2시에 공식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미 조선일보가 발표내용을 보도해버려 김이 빠졌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하루 전에 공소사실이 통째로 외부에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은 14일 오전 8시30분 출근하자마자 길태기 대검 차장과 송찬엽 대검 공안부장을 집무실로 불러 긴급회의를 했다. 채 총장은 "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국정원 의혹 사건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시점에서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다"며 "누가 자료를 유출했는지 신속히 밝혀내라"고 대검 감찰본부에 특별감찰을 지시했다.
이 세 장면에서 확인 할 수 있는 것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내용이나 정보가 새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내용이나 정보가 왜 어떻게 새누리당을 비롯한 외부로 흘러나가는 것일까?
수사에 정통한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이명박 정부시절 '디도스 사건'을 봐라"라고 말했다.
'디도스 사건'이란 지난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을 말한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미진해 디도스 특별검사제를 도입했다.
박태석 특별검사는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최구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디도스 공격과 관련된 수사기밀을 알려준 혐의(공무상기밀누설)로 불구속 기소했고 대법원은 2012년 12월 27일 김 전 수석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확정했다.
특검팀 수사결과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은 2011년 12월 1일 청와대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실에서 민정수석실 최 모 치안비서관으로부터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 공모(27)씨 등이 디도스 공격 혐의로 체포된 사실을 보고 받고 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상황보고서와 수사진행 상황 등을 누설한 혐의다.
이 디도스 사건을 보면 경찰의 수사내용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됐고 경찰 고위간부로서 청와대에 근무 중인 치안비서관(치안감)이 수사정보를 정무수석에게 알려주고 이 정무수석은 사건 당사자인 최구식 의원에게 수사정보를 흘린 것이다.
검찰의 수사도 대검과 법무부, 청와대에 보고된다.
통상 일선 지방검찰청(서울중앙지검 포함)의 수사내용은 대검찰청에 보고된다.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이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또 법무부에 수사내용을 보고한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해 사건을 지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청와대에 수사내용을 보고한다.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반이고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임명권자이기 때문이다.
수사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간다면 이 과정에 있는 것이다.
수사팀에서 흘릴 수도 있고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에서 흘러나갈 수도 있으며 보고라인인 대검찰청에서 새나갈 수도 있고 법무부와 청와대에서도 흘러나갈 개연성이 있다. 디도스 사건은 어떻게 수사정보가 흘러나가는 지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정보는 어디에서 새나갔을까?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특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윤 원내대표와 이 차장검사의 출생지는 각각 경기 수원과 경기 화성이며 서울 영등포 고등학교 1년 선후배사이다.
이 차장검사는 수사정보 유출의혹과 관련해 "수사팀에 여러 차례 수사 보안을 강조했다"며 "발표 내용이 윤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사전에 전달된 경위는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6월 14일 검찰의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수사내용을 보도하면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최근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제출한 '수사 보고서'를 입수해"라고 보도했다.
지난 10월 20일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언급한 내용도 공소장에 없는 수사보고서의 내용이다.
검찰의 수사보고서가 통째로 외부에 유출되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들이다. 수사팀이 아니라면 대검과 법무부가 유출했다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3차적인 유출 의심은 청와대다. 아무래도 검찰내부(법무부를 포함)보다는 청와대일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의 업무를 잘아는 중진 법조인은 "민정수석실이 검찰로부터 수사내용을 보고받으면 이를 해당 수석실과 공유한다"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업무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검찰도 행정부의 일원이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관실에서 관련 업무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수사정보가 외부로 새나가고 심지어 수사대상에게도 전해지기 때문에 심각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경우처럼 수사관련 정보를 전달받는 과정까지는 정상적인 업무 범주에 해당하지만 이를 수사 대상자에게 알려주는 건 심각한 수사기밀 유출이다.
청와대에 보고되는 국정원에 대한 수사내용이나 정보가 국정원으로 그대로 흘러들어간다면 검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일설에는 청와대와 여당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책공유뿐 아니라 필요한 정보도 상호 공유한다는 얘기다.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에 근무했던 전직 고위관리는 "청와대와 당은 유기적으로 정보나 정책을 공유하는 게 기본"이라며 "다만 당 고위관계자가 정보를 알더라도 이를 표현하지 않았는데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를 외부로 나타내는 게 차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청와대도 민감한 수사정보는 당에 잘 알리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검찰의 검사장급 간부는 "청와대가 당에 수사정보를 알려줬다가는 문제가 생긴다는 걸 뻔히 아는데 수사정보를 알려주겠나?"라고 말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사적인 통로로 수사정보를 입수했는지 아니면 청와대와의 정보 공유차원에서 알게 된 것을 외부에 표출하는 것인지 아니면 윤 의원의 해명대로 언론보도나 국정원에 확인해서 알게 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한 중진 법조인은 "윤상현 의원이 실세이다 보니 법무부 상층부나 청와대 민정라인과 접촉이 쉽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공식라인을 통해 수사정보를 취득한 게 아니라 개인적인 역량으로 수사정보를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수사보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인 만큼 어디서 수사정보가 새고 있는지 명확히 가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수사보안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야당에서는 특별검사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특검은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수사보고를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수사정보 유출 논란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역대 특검을 경험한 검찰관계자들은 "경찰에서 파견된 수사 인력은 경찰에 정보보고하기 바쁘고 검찰에서 파견된 수사 인력은 검찰에 정보보고하기 바빠서 수사정보 유출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나마 수사보안이 유지됐던 건 지금까지 3차례 도입됐던 특임검사라는 말도 나온다.
그랜저 검사 사건을 수사했던 강찬우 특임검사, 벤츠 여검사 사건을 수사했던 이창재 특임검사, 김광준 전 특수부장의 뇌물수수 의혹사건을 수사했던 김수창 특임검사의 경우 검찰내부 비리에 대한 수사이긴 했지만 검찰총장이 수사결과만 보고하도록 했기 때문에 수사정보가 유출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위해서는 지금의 특별수사팀이 외압에 휘둘리거나 수사정보 유출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일수록 수사팀을 믿고 맡겨야 하는데 법무부나 검찰수뇌부가 외풍에 흔들리거나 수사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건 불신만 키울 뿐"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