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는 外傷환자 택배처럼 떠넘겨"

다른 병원에 '쏘거나' 응급실에 '깔아두거나'

- 1년에 1만명, 치료 제대로 못받고 죽어
- 보험 안되고 장기 입원해 돈 안되는 탓
- 외상환자 저소득층 많아 돈받기 어려워
- 대형병원이 수술능력 없는 작은 병원에 떠넘기기도
- 중증외상환자 치료할 의사도 태부족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11월 21일 (목)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박철민 (前 보좌관)


◇ 정관용> 몇 년 전에 소말리아 반군한테 피랍됐던 그리고 아덴만의 여명이라는 작전으로 구출된 석해균 선장, 여러분 아마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아주 중한 총상을 입었었죠. 그때 우리 한국의 한 의사분이 비행기 타고 일부러 거기까지 가서 긴급하게 수술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우리는 이 중증 외상 환자라고 하는 거에 대해서 인식을 갖게 됐는데요. 중증 외상 환자, 한 시간 내에 치료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지만 지금도 한 연간 1만 명가량의 중증 외상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죽어간답니다. 바로 이 중증 외상 환자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룬 ‘치료받지 못한 죽음’이라는 책을 내신 분이 있네요. 치료받지 못한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중증 외상, 또 다른 의료사각지대에 관한 보고서’ 이런 부제가 붙은 책을 펴내신 박철민 씨를 오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박철민>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먼저 우리 지은이 박철민 씨를 잠깐 소개하면 보건의료전문지 기사생활 몇 년 하셨네요?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보건복지부,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쪽 취재하시다가 보건복지위원회 쪽 국회의원들의 보좌관도 좀 하셨고.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아무래도 이 중증 외상 부분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셨을 것 같아요. 중증 외상이라고 하는 게 어떤 기준이 있어요? 어디서부터는 중, 어디서부터는 경, 이렇게 나뉘는 겁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 박철민> 그게 ISS라는 지표가 있는데요. 이게 손상지표입니다. 국제적으로 통용이 되는 지표고요. 우리나라 정부하고 의료계에서도 채용하고 있습니다. 이게 15점을 넘으면 그때부터 중증이라고 하고요. 1점부터 75점까지 있는데 15점을 넘으면 사망률이 11% 정도 됩니다.

◇ 정관용> 11%? 그러면 중증 외상의 사망률은 10명 중의 1명 이렇게 되는 거네요.

◆ 박철민> 그러니까 15점을 넘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그렇게 되는 겁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알아듣기 쉽게 중증 외상 환자는 뭐 때문에 생겨요, 우리나라에서는?

◆ 박철민> 우리나라의 중증 외상 환자들이 발생하는 큰 원인은 교통사고 때문인데요.

◇ 정관용> 아, 맞아요. 교통사고.

◆ 박철민>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률이 꽤 높습니다. 보행자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 당 4.6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고요. 노인 교통사고 사망률이 최고입니다. 이런 영향으로 외상이 암과 심내혈관 질환에 이어서 우리나라 세번째 주요 사망원인입니다.

◇ 정관용> 사망원인 3위에요?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특히 질병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40세 미만 젊은 인구의 최대 사망원인입니다.

◇ 정관용> 대부분이 교통사고. 아니면 또 어떤 게 있을까요?

◆ 박철민> 작업 중 추락이나 아니면 공장에서 일하시다가 기계에 신체가 손상된다거나, 투신으로 인한 경우도 있고요. 요즘에는 도검류에 의한 손상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 정관용> 자상.

◆ 박철민> 네.

◇ 정관용> 총상은 그래도 우리 국내에서는 별로 없는 거죠?

◆ 박철민> 총상도 10건 미만으로 우리 군이나 이쪽에서 간혹 발생하곤 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뭐 쉽게 상식적으로 이해하면 외상인데 어디 한 군데 부러지거나 이런 게 아니라 여러 군데 부러지고 장기도 손상되고 이렇게 함께 복합되어 있는, 그런 걸 말하는군요?

◆ 박철민> 그러니까 크게 다쳤다는 말이 죽을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많이 다쳤다는 것이 중증 외상입니다.

◇ 정관용> 아까 국제기준으로 점수를 표현하시면서 몇 점 이상이면 중증 외상이다. 그런데 그 중증 외상이면 사망률이 11%다라고 하셨잖아요. 우리나라도 그러면 10명 중에 9명은 다 살아요?

◆ 박철민> 그런 건 아니고요. 15점을 넘으면 그때부터 11%에서 사망률이 계속 높아진다는 겁니다.

◇ 정관용> 아, 더 높아지는. 15점이 기준이 그렇다?

◆ 박철민> 네.

◇ 정관용> 그럼 우리나라 중증 외상 환자들의 사망률, 이런 거는 외국과 비교할 수 있는 건 없습니까?

◆ 박철민> 그게 예방 가능 사망률이라는 지표를 사용하는데요. 제때 적절한 치료를 제공했으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이다, 이런 의미입니다. 우리나라는 이게 35% 정도 됩니다.

◇ 정관용> 35%. 그러니까 그게 예방 가능 사망률, 그러니까 중증 외상 환자는 35%는 살린다 이 말인가요?

◆ 박철민> 아니요. 그러니까 즉사하는 경우가 있지 않겠습니까? 교통사고를 당하셨을 때 이런 분들을 빼고 병원으로 옮겼을 때 바로 수술하거나 이런 적절한 치료가 제공되면 살 수 있는 분들이 못 사는 게 35%가 됩니다.

◇ 정관용> 적절한 치료를 하면 35%는 그래도 못 살린다, 그런 말이다?

◆ 박철민> 네. 그러니까 적절한 치료가..

◇ 정관용> 그걸 외국하고 좀 비교해 주시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 박철민> 미국의 메릴랜드 주가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데요. 5% 정도로 낮고요. 일본은 국가 전체로 13%, 독일은 20%입니다. 우리 정부는 현재 35%에 예방 가능 사망률을 20%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입니다.

◇ 정관용> 35%. 다른 나라에 비해서 거의 두 배, 세 배까지 되는 그런 경우도 있네요.

◆ 박철민>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게 35%보다 더 심각하다. 7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70이요? 왜요?

◆ 박철민> 100분 중에 70%가 억울하게 돌아가신다고 하는데요. 이게 우리 의료현장에서 외상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하고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이 실제보다 적게 추산되고 있다는 것이죠.

◇ 정관용> 사실은 중증 외상 환자인데 그렇게 기록을 안 한다?

◆ 박철민> 네. 그래서 예방 가능 사망률이 35%라고 한다면 매년 1만 명 정도의 국민이 좀 억울하게 돌아가시는 거고요. 70%라고 한다면 2만 명 정도가 돌아가시는 거죠.

◇ 정관용> 제가 3부 아까 시작하면서 ‘지금도 1년에 1만 명 넘는 외상 환자들이’ 이런 말을 썼는데 이거는 정부 통계에 의한 거고.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의료현장의 주장에 의하면 2만 명일 수도 있다.

◆ 박철민> 네. 2만 명 이상이다. 이렇게 보시는 분도 계십니다.

◇ 정관용> 그걸 ‘억울하게’라고 아까 표현하셨잖아요.

◆ 박철민> 그렇죠.

◇ 정관용> 그건 적절한 치료하면 하면 충분히 살릴 수 있었는데 이런 것 아닙니까?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럼 적절한 치료를 안 한다는 거예요? 못한다는 거예요?

◆ 박철민> 안 하기도 하고요. 못 하기도 합니다. 못 하는 이유는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 정관용> 의사가 부족하다, 중증 외상 환자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요?

◆ 박철민> 거의 없습니다.

◇ 정관용> 그거는 못 하는 거네요, 진짜. 하고 싶어도.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이국종 교수님이 이쪽 분야에서 상당히 유명하신데요.

◇ 정관용> 이국종 교수?

◆ 박철민> 네, 아주대 병원 이국종 교수님이...

◇ 정관용> 아까 처음에 소개한 석해균 선장 가서 수술하신 분이죠?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그 분이 가장 유명하신데 이런 분들을 한 명 키우려면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서 외과전문의가 돼야 됩니다. 이국종 교수님도 원래 간과 담도, 췌장을 전공한 외과 전문의인데요. 이 전문의를 따고 나서 또 외상에 대한 수련을 최소 3년 정도는 거쳐야 됩니다.

◇ 정관용> 별도로.

◆ 박철민> 이 외상이 이제 특정 장기만이 아니고 전신의 손상이 있는 거니까요. 공부할 범위가 훨씬 더 많은 거죠.

◇ 정관용> 그래도 우리나라 외과의사는 많지 않습니까?

◆ 박철민> 네, 주로 외과 선생님들은 암 수술 같은 것들을 많이 하시고요. 중증 외상 분야는 대우도 좀 박하고.

◇ 정관용> 대우가 박해요?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어려운 작업을 하면 그만큼 대우를 더해 줘야하는 것 아닙니까?

◆ 박철민> 네. 그게 맞는 말인데요. 그게 사실은 돈 때문입니다. 병원에서는 외상 환자를 기피합니다.

◇ 정관용> 왜요?

◆ 박철민> 꺼립니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인데요. 중증 외상 환자들은 일단 중환자실에 입원하시면 길게 입원을 하십니다.

◇ 정관용> 그렇겠죠.

◆ 박철민> 병원이 돈을 벌려면 비급여수술도 하고 로봇수술 같은 비싼 수술도 하고 그리고 짧게 입원시키고 퇴원시켜야 이윤이 극대화되는데. 일단 길고요. 그리고 이분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의약품도 많이 써야 되는데. 이거 나중에 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돈을 안 주게 되거든요. 기준을 초과했다고.

◇ 정관용> 환자한테 받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 박철민> 환자들은 외상 환자들의 계층이 주로 빈민이나 저소득층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럴 수 있겠네요.

◆ 박철민> 아무래도 몸을 쓰시는 일을 하시다 보니까.

◇ 정관용> 그렇겠네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는 분들이니까.

◆ 박철민> 그래서 진료비를 납부하실 수 없는 경제적 상황인 분들도 있습니다. 결국 병원의 적자로 남는 거죠.

◇ 정관용> 치료하려면 돈은 많이 드는데 건강보험이 안 되는 것도 특히 많이 들어가는데. 환자한테서는 받아낼 수가 없다. 그러니까 병원에서는 그런 환자 오면 자꾸 피하려고 그러겠군요?

◆ 박철민> 네, 피합니다. 응급실에 눕혀놓고 이제 방치하는 수준인데요. 이걸 병원에서는 ‘환자를 깔아둔다’.

◇ 정관용> 깔아둔다?

◆ 박철민> ‘환자가 깔려 있다’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합니다.

◇ 정관용> 그럴 때는 응급실에 가면 어떻게 든 처치를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 박철민> 병원은 응급실 밖으로 환자를 쫓아낼 수가 없습니다. 이게 만약 쫓아내면 응급의료법 위반인데요. 이 법상 가장 중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최대 5년 징역이고요. 때문에 환자를 병실에 눕혀놓고 수액 꽂아놓고요. 그리고 검사를 계속 한다든가 이런 방식으로 시간을 지연하는 겁니다. 이런 사이에 골든타임이 낭비되고 있는 거죠.

◇ 정관용> 골든타임이 뭐예요?

◆ 박철민> 골든타임은 중증 외상 환자를 제때 치료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이 제때에 해당되는 현상입니다. 중증 외상 환자는 1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거든요. 그런데 이 1시간을 넘기는 일이 국내에서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교통사고를 당했다, 크게 다쳤다, 병원에 응급실로 실려 오지 않습니까? 딱 보면 예를 들어서 피가 난다. 그러면 지혈을 하겠죠?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럼 바로 응급수술실로 들어가야 되는데 그건 안 한단 말이에요?

◆ 박철민> 네, 수술을 바로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 부담스러운 환자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응급실에 깔아뒀다가 다른 병원으로 쏜다고도 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지금 깔아뒀다, 쏜다가 지금 만드신 표현이에요?

◆ 박철민> 아닙니다.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표현입니다.

◇ 정관용> 자기들끼리 쓰는 표현이에요?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냥 ‘깔아뒀어요, 쐈어요’ 이래요?

◆ 박철민> ‘쏴 보내’ 이런 식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요. 그러니까 환자를 응급차에 태워서 다른 병원으로 떠넘기는 겁니다. 전원시킨다고 하는데요.

◇ 정관용> 이유는요?

◆ 박철민> 데리고 있어 봤자 수술도 안 해 주고 부담스럽다는 거죠.

◇ 정관용> 대부분 우리 병원에서는 그런 수술할 장비가 없습니다, 이러겠네요.

◆ 박철민> 이유를 찾아보면 많습니다. 수술할 의사가 지금 없다든가 중환자실이 꽉 찼다든가 수술방이 꽉 찼다든가, 이런 이유를 댈 수가 있죠.

◇ 정관용> 어디로 가라고 지정도 안 해 주고 그냥 보내요?

◆ 박철민> 지정해 줍니다. 서울에는 몇 군데 중증 외상 환자를 받는 병원이 있습니다. 이쪽으로 택배처럼 보내지는 거죠.

◇ 정관용> 중증 외상 환자 받는 병원이 따로 지정돼 있습니까?

◆ 박철민> 아닙니다. 병원들이 오랜 시간 영업을 하다 보니까 그런 식으로, 어떤 작은 시장이 생긴 거죠.

◇ 정관용> 중증 외상 환자를 우리 병원은 다룰 수 있다. 그런 병원들이 생겼다는 거죠?

◆ 박철민> 사망할 때까지 우리가 데리고 있을 수 있다.

◇ 정관용> 치료가 아니라?

◆ 박철민> 그 병원들은 수술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병원들입니다. 수술을 하려면 외과의사 1명만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니고 의사가 여러 명 있어야 되고요. 수술 전담 간호사도 있어야 되고요. 마취과 의사도 있어야 됩니다. 그리고 수술을 하면 24시간 3교대로 간호사들이 집중 케어하는 중환자실도 있어야 됩니다. 이런 것들, 이런 인력과 시설이 미비한 병원에서 환자를 떠안는 것이죠.

◇ 정관용> 그냥 받아요?

◆ 박철민> 네, 받습니다.

◇ 정관용> 아니, 시설도 없는데 왜 받아요?

◆ 박철민> 환자를 받으면 검사도 할 수가 있고요.

◇ 정관용> 거기에서 그냥 또 돈을 챙긴다?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어떻게 보면 교통사고가 나서 대학병원급의 큰 병원에 갔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오히려 작은 병원으로 보내기도 한다, 이 말입니까?

◆ 박철민> 네, 작은 병원으로 보내는 일도 많습니다.

◇ 정관용> 세상에... 그럼 아니, 어떻게 이 큰 병원에서 못하고 어떻게 작은 병원으로 가라고 합니까, 이렇게 항의도 못해요?

◆ 박철민> 일단 환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고요. 보호자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오시면서.

◇ 정관용> 오는 과정일 거고.

◆ 박철민> 네. 남편이 등산을 갔다가 갑자기 추락을 해서 정신을 잃고 있다, 이러면 얼마나 놀라고 당황하지 않겠습니까? 항의할 여력이 없는 거죠.

◇ 정관용> 실제로 이렇게 작은 병원으로 보내는 사례도 많다.

◆ 박철민> 굉장히 많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박철민> 네. 그리고 작은 병원으로 보내는 사례도 있지만 비슷한 규모의 병원으로 보내는 사례도 많고요.

◇ 정관용> 그래요. 우선 의사가 부족하다, 그러면 대학병원급의 큰 병원에는 그나마 있습니까?

◆ 박철민> 한두 분씩 계시는데요. 가령 야간이나 주말에 사고를 당했다, 그러면 살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낮아지는 겁니다. 교수님들이 퇴근을 하신 시간이거든요.

◇ 정관용> 24시간 체계가 가동되는 병원은 없습니까?

◆ 박철민> 이게 작은 성과가 작년부터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작년에 다섯 곳, 올해 네 곳의 외상센터를 지정해서요. 내년까지 총 17개 병원을 외상센터로 지정할 계획입니다.

◇ 정관용> 이거 정부가 공인하는 지정이로군요. 아까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는 그게 아니고 쏴지는 병원이 아니고.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저희 민주당에서 법안을 내서 통과시킨 내용에 따라서 진행이 되는데요. 이 외상센터는 외상 환자만 전담하는 병원입니다. 외상환자가 들어오면 바로 CT를 찍고 수술을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 정관용> 그런 시스템을 갖춘?

◆ 박철민> 중환자실을 항상 비워두고 의사도 대기하고 이런 전담 병원인데요. 이 병원에 정부가 최대 174억 6000만원을 지원합니다.

◇ 정관용> 한 병원당?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최대 그렇고요. 총 사업 규모는 2000억원인데요. 이 민간병원들이 중증 외상 환자들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공공의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정관용> 그렇죠. 아까 설명 말씀을 들으니까 의사도 부족할 뿐 아니라 병원으로서도 병원의 영업 자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그렇다고 환자들은 대부분 빈곤층인데 그 돈을 받아낼 수는 없고. 그러니 거기서 예를 들어서 수술비를 못 받더라도 정부가 좀 보조해 주겠다, 그런 것도 되는 거네요?

◆ 박철민> 빌려주는 제도는 있습니다. 응급의료대불제도라고 해서요. 돈이 없는 사람이 좀 급박하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주는 거죠, 나중에 갚는 경우는 있는데 그래도 돈이 없으면 사회단체라든가 이런 데 보조를 받으시는 경우는 간혹 봤습니다.

◇ 정관용> 그럼 아까 각 병원에 최대 170 몇 억 지원한다는 거는 뭐로 지원하는 겁니까? 의료비로 지원하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러면.

◆ 박철민> 병원을 운영을 하려면 일단 의료인에 대한 인건비가 필요한데요. 인건비하고 그리고 시설장비비를 지원을 합니다. 그래서 기존의 병원에서 리모델링을 하든 신축을 하든 응급실과 가까운 쪽에 별도 센터를 짓는 거죠.

◇ 정관용> 지어놓고 또 중환자실도 별도로 확보를 해 두고.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이거는 그러면 각 병원들이 공모해서 응모해서 승인을 받는 식입니까, 어떻게 되는 겁니까?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각 병원들이 준비를 해서 복지부에 지원을 했고요. 그중에서 복지부가 심사를 해서, 작년에 다섯 곳 선정이 됐는데요. 아쉽게도 아주대병원은 작년에 탈락을 했었습니다.

◇ 정관용> 아주대병원이 제일 이 분야에서는 앞서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 박철민> 네, 그래서 화나신 분들이 좀 많았었는데.

◇ 정관용> 왜 탈락했어요?

◆ 박철민> 복지부 얘기로는 아주대병원이 준비가 덜 됐다, 이렇게 설명을 했는데 저는 좀 납득하기 어려워서 그 이후에 국회에서도 여러 의원님들이 그 문제에 대해서 여야 없이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다행히도 올해 선정이 됐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외상센터 선정된 다섯 개 병원 중에 네 곳의 병원이 여전히 환자 떠넘기기와 깔아두기가 발생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박철민> 네, 그래서 이 환자들을 어떻게 했느냐. 외상센터에 탈락한 아주대병원에서 외상센터에 선정된 병원이 버린 환자들을 데려와서 헬기를 타고 가서 데려와서 다 살려내서 퇴원을 시킨 상태입니다.

◇ 정관용> 그런 사례가 있어요? 명확하게?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이거 응급외상센터로 지정하는 자체가 문제가 있었던 거군요?

◆ 박철민>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는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이게 어떤 개인의 의식, 또는 병원조직 문화의 어떤 문화, 이런 것들이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한순간에 바뀌지는...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럴 수 있죠. 제도는 분명히 이제 갖추었어요. 그래서 시설도 아마 확보했을 겁니다. 그런데 당장 판단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이건 도저히 손을 못 댑니다. 이렇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고. 아주대병원 같은 경우에는 경험이 많으니까 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거고.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일단 의사선생님들도 일견 이해가 가는 게요. 부담스러울 수가 있습니다. 내가 이걸 손대서 제대로 치료하겠다는 자신이 있으면 과감하게 한번 열어보겠는데.

◇ 정관용> 그런데 아직 그러면 전문성을 그만큼 많이 갖추고 숙련도가 있는, 경험도 많은 그런 의사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얘기고요.

◆ 박철민>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이거 뭐 손대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요.

◆ 박철민> 네.

◇ 정관용> 이러다가 지금 다섯 군데, 또 금년 네 군데 지정된 거는 위치가 어떻게 돼요? 대부분 수도권이에요, 어떻게 되는 겁니까?

◆ 박철민> 아닙니다, 전국에 골고루 나누어져 있습니다. 총 17개가 선정이 되면 전국을 다 커버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다 하더라도 17곳이라고 하더라도 예를 들면 산에서 떨어졌다 이러면 헬기나 이런 게 출동해야 될 텐데, 그런 거는 좀 충분히 있나요?


◆ 박철민> 보건복지부가 총 4대의 응급의료헬기를 리스해서 전국의 4개 병원에 지원을 했는데요. 이게 야간에는 운행을 못하고 비행거리가 짧아서, 이런 단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의미 있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복지부가 헬기를 도입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헬기가 총 77대나 있습니다. 산림청이라든가 소방방재청, 경찰청이나 해양경찰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헬기들을.

◇ 정관용> 그걸 이렇게 체계적으로 연계를 하면 되겠군요.

◆ 박철민> 이게 이국종 교수는 헬기를 콜택시처럼 불렀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그렇게 부르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제 생각에는 여러 부처가 걸려 있으니까 국무조정실에서 부처 간 협의를, 합의를 이끌어냈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이거 좀 총 정리해 봅시다. 전문인력 양성, 앞으로 더 해야 될 것이고요. 어차피 병원의 입장에서는 이건 영업적 접근이 곤란하니까 공공이 거기에 개입해야 할 것이고요.

◆ 박철민> 그렇습니다.

◇ 정관용> 또 어떤 것들이 필요합니까?

◆ 박철민> 이게 바뀌어야 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요.

◇ 정관용> 그러게 말이에요.

◆ 박철민> 우리 한국 사회의 구멍들이 모인 블랙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한꺼번에 다 바꿀 수는 없고요. 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갔는데 조금 부당한 대우를 받으신 분들은 억울할 수가.

◇ 정관용> 있죠.

◆ 박철민> 그렇지만 조금씩 다 바꾸어나가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그나마 석해균 선장 이후에 이게 다시 시작된 움직임이잖아요.

◆ 박철민> 네, 그래서 제가 석해균 선장님한테 제가 개인적으로 참 고마움을 느끼고 있고요. 제가 어떤 모습을 바라는가 하면 아주대병원을 가면 기분이 좋아져서 집에 오곤 합니다. 제가 갔을 때 심하게 다친 환자분들을 볼 때도 있는데요. 제가 보기에 이렇게까지 몸이 으스러진 분들이.

◇ 정관용> 살아나신다?

◆ 박철민> 과연 살 수 있을까 했는데 그다음 번에 가보면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나마 잘하고 있는 곳은 우리가 모범적으로 한 곳, 아주대병원을 봐야 될 것 같고요. 네, 중증 외상 또 다른 의료사각지대에 관한 보고서, 제목을 아주 잘 붙이셨네요.

◆ 박철민> 고맙습니다.

◇ 정관용>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사각지대인데 너나 할 것 없이 다 중증 외상 환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당장 오늘 그렇게 될 지도 모르는 겁니다. 우리 다함께 관심을 가져야 되겠습니다. 박철민 씨 함께 만났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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