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BC방송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FBI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수거한 10만개 가량의 급조폭발물(IED) 잔해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급조폭발물을 샅샅이 훑을 경우 위장 입국한 테러리스트들의 지문 등 흔적을 찾아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이 이 같은 저인망 수사에 돌입하게 된 배경에는 2009년 우여곡절 끝에 검거한 이라크 출신 위장 난민인 와드 라마단 알완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2009년 FBI에는 솔깃한 정보 하나가 접수됐다.
이라크 난민으로 인정받아 미국에 입국한 알완의 지문이 2005년 9월 이라크 바이지의 무선 전화기 거취대에서 미군이 찾아낸 지문과 일치한다는 것.
자갈밭 속에서 발견된 전화기 거취대는 인근 도로에 매설된 불발 폭탄과 연결돼 있었다.
당국은 당장 수사에 들어갔고, 정보원을 동원한 함정수사가 전개됐다.
동시에 알완의 전화통화에 대한 도청 작업이 이뤄지면서 그가 과거 이라크 반군으로 활동했다는 증거가 속속 확보됐다.
알완은 함정수사에 참여한 정보원에게 전화로 자신이 이라크에서 10여개 이상의 폭탄을 제조했고, 미군을 살해하기 위해 소총을 사용했다고 자랑했다.
알완은 한술 더떠 자신이 급조폭발물의 디자인을 그렸다고도 떠벌렸다.
알완의 도청내용을 접한 미국 폭발물 전문가들은 이런 통화 내용 자체가 그의 과거 경력을 보여준다는 판단을 내렸다.
수사에는 테러폭발물분석센터(TEDAC) 검시관들도 참여해 2005년 이라크 바이지에서 수거한 급조폭발물 박스 170개 분량에 대한 분석작업을 벌였고, 놀랍게도 알완이 설계했다던 급조폭발물과 유사한 물건에서 그의 지문을 찾아냈다.
이런 증거들을 토대로 수사 당국은 알완을 체포했다.
위장 입국 뒤 미국 켄터키에 정착했던 알완은 같은 이라크 반군 출신인 모하나드 샤리프 하마디와 나눈 대화에서 미국 공격 등을 언급한 일이 FBI 감시테이프 상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하마디도 녹음된 테이프 상 대화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져야 하며, 엄청나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기소 과정에서 유죄를 인정한 알완과 하마디는 각각 징역 40년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05년 이라크에서 차량 순찰을 하던 미군 병사 4명을 공격해 살해한 의심도 받았지만 혐의가 최종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미국 하원의 마이클 맥콜 국토안보위원장은 "이런 일이 더 있다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알완과 하마디)은 폭탄 제조기술에 있어 훈련받은 테러리스트들인데 미국으로 들어왔다. 솔직히 국토 안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말로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알완을 적발한 뒤로 이라크 난민인정 과정을 6개월간 중단한 바 있으며, 2011년 미국으로 들어온 이라크 난민 수는 전년대비 절반가량인 1만명 이하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