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전체 여군 10.8%에 해당하는 86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남성 중심의 군대사회에서 여군에 대한 차별 인식 개선 및 성폭력 예방 조치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21일 밝혔다.
인권위는 특히 여군의 경우 주요 보직을 맡기 어렵고 경력관리에서 불이익을 경험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여군의 93%는 장기복무를 희망하지만, 실제 장기복무 선발 비율은 남군보다 낮았으며 주요 보직 기회와 주요 업무 배치 기회가 남군에게 유리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각각 67%와 65.1%로 나타났다.
모성보호 제도도 실제로 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부인과에 대한 의료 시설 이용 및 진료도 군 병원에 산부인과 의사가 배치된 경우가 드물어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및 성폭력 문제 역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최근 1년간 직접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여군은 11.9%(102명)에 해당했고 주변에서 성희롱 피해를 겪은 것을 인지했다고 응답한 경우는 41.3%(355명)에 달했다.
인권위는 "성희롱 및 성폭력이 회식 등 특정 장소나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고, 군 조직의 위계질서 및 폐쇄성 등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국방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현재 군대 내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교육과 전담교관의 전문성 등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별행위를 당할 경우 비밀 보장과 독립성이 갖춰진 고충 처리 시스템도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사 결과 성적 언동에 따른 피해를 경험한 338명 중 38.2%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여성고충상담관이나 인권상담관에게 알렸다는 응답은 5.2%에 불과했다.
인권위는 국방부에 대해 "여군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의료시설 확충 및 외부 전문 상담 기관과 독립적인 조사체계 등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