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력이 없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프로농구 인기 하락의 모든 이유를 감독들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들렸다고 한다. 한 감독은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갖는 이유가 뭐겠나. 똑바로 불면 된다. 연맹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농구 인기 부흥을 위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정확한 지적이었다. 그 당시 KBL은 조직 구성조차 엉망이었다. 마케팅 팀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뿐더러 경력있는 실무자도 거의 없었다. 홍보팀장은 수개월째 공석이었다.
판정에 항의하는 감독들의 불만 가득한 표정이 경기장을 찾은 팬이나 TV로 지켜보는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모습에 불만을 갖는 팬들도 적잖다. 분명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심판은 권위가 있어야 한다. 종목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법칙이다. 심판은 휘슬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감독을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다. 농구의 경우 테크니컬 파울, 더 나아가 퇴장 조치를 내리면 된다.
그런데 형평성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지난 2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고양 오리온스의 정규리그 2라운드 경기. 김동욱의 속공 파울과 이현민의 공격자 파울 등 승부처에서 나온 애매한 판정 2개가 오리온스 벤치를 들었다 놨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폭발했다. 최한철 주심에게 다가가 얼굴을 붉혀가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동안 대화가 오가더니 최한철 주심은 추일승 감독에게 테크니컬 파울 2개를 연거푸 줬다. 추일승 감독은 코트를 떠나야 했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심판이 감독의 항의가 지나치다고 판단되면 테크니컬 파울로 그만하라는 경고를 줄 수 있다. 그런데 농구 팬들은 추일승 감독의 퇴장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10월1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 울산 모비스의 경기를 돌이켜보자.
모비스는 초반부터 점수차를 크게 벌려 결국 KBL 역대 최다 점수차인 43점차로 KCC를 눌렀다. 허재 감독은 경기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 레이저는 심판을 향했다. 계기가 있었다. 3점슛을 시도할 때의 슛 동작 반칙 상황. 양팀 모두에게 비슷한 장면이 있었는데 KCC 선수는 파울이 선언된 반면 모비스 선수에게는 파울이 불리지 않았다.
허재 감독은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심판을 강하게 몰아부쳤다. ("이게 블락이야?"라고 외치는 허재 감독의 항의 장면을 '불낙전골(불고기+낙지)' 광고와 묶은 유머 동영상이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 허재 감독의 항의는 농구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경기가 너무 안풀려 퇴장을 당하고 싶었던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도가 셌다. 하지만 허재 감독은 퇴장은 커녕 테크니컬 파울조차 받지 않았다.
허재 감독은 되고 추일승 감독은 안된다? 형평성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이 코트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 구단 관계자는 "평소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감독은 웬만하면 테크니컬 파울을 받지 않는다. 그동안 프로농구에서 평소 온순한 감독이 조금만 강하게 항의해도 테크니컬 파울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착하면 손해를 본다.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판정에 대한 불만 제기를 자제하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다혈질 감독에게는 관대하다. 코트의 포청천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해서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무턱대고 테크니컬 파울을 남발한다면 해결될 문제일까. 그럴 경우 심판도 잘못된 판단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KBL은 자체적으로 심판 평가 시스템을 갖춰놓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