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SK의 문경은 감독은 2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시즌 고양 오리온스전을 앞두고 "나도 이어폰과 마이크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은 많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로 인해 프로농구 감독들은 경기가 끝나면 목이 쉬기 일쑤다.
선수들이 벤치를 자주 바라보면 멀리서라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지만 혼날 각오를 하고 벤치를 쳐다볼 선수가 얼마나 될까. 문경은 감독은 김선형을 예로 들며 "선형이는 벤치를 자주 보지 않는다"더니 "레이업을 성공시키거나 플레이를 잘하면 그때나 쳐다본다"며 웃었다.
김선형은 이날 문경은 감독과 코치, 동료들이 있는 벤치를 당당히 바라봤다. 한두번이 아니었다. 김선형과 동료들이 눈을 마주칠 때마다 SK는 힘을 냈다. 그 결과 14점차 열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
SK가 오리온스에 78-69 역전승을 거두고 파죽의 홈 27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전반까지 31-36으로 근소하게 밀린 SK는 3쿼터 들어 총체적 난국에 빠지며 34-48로 끌려갔다. 해결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김선형이 전면에 나섰다. 김선형은 3쿼터 중반부터 약 5분동안 적극적인 돌파로 8점을 몰아넣어 승부의 양상을 바꿔놓았다.
김선형의 활약에 힘입어 SK를 잠시 잃었던 리듬을 되찾았다. 김선형은 60-64로 뒤진 4쿼터 종료 5분11초 전, 골밑 돌파로 수비수들을 자신에게 집중시킨 뒤 애런 헤인즈에게 절묘하게 패스를 내줘 3점 플레이를 이끌어냈다.
이후 SK는 헤인즈가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승부를 뒤집었다.
김선형은 21득점을 올린 개막전 이후 가장 많은 19점을 기록했고 4어시스트와 4리바운드를 보탰다. 헤인즈는 4쿼터에서만 13점을 몰아넣으며 양팀 선수 중 가장 많은 27점을 기록했다. SK는 이날 승리로 13승3패를 기록, 단독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오리온스는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4쿼터 중반 스스로 무너졌다. 김동욱의 속공 파울과 이현민의 공격자 파울 장면에서 판정에 항의하다 자제심을 잃고 흔들렸다. 추일승 감독이 테크니컬 파울 2개를 선언받고 퇴장당했고 김동욱도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