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사이버사 대선개입 의혹… '셀프 수사' 믿을 수 있나?

"청와대 댓글알바 국정원으로 이관"…軍수사내용 철저히 함구, 민주당 특검 도입 주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20일 국회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대선 개입 사건 관련 의혹이 사그라들기는 커녕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군의 '셀프 수사'가 아닌 특검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대정부질문은 사이버사령부 정치.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제시한 근거 역시 구체적이었다.


지난달 14일 사이버사령부 정치.대선 개입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이날 전직 사이버사령부 고위 간부의 증언을 토대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날 사이버사령부 전직 고위간부 A씨는 진술 내용을 본회의장에서 공개했다. A씨는 "이 모든 것은 원세훈(전 국정원장) 때 계획된 것으로 이명박(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댓글 알바팀 운영한 것을 사찰논란으로 쫓겨나서 원세훈이 국정원으로 가져온 것이다"라고 진술했다.

그는 이어 "당시 청와대(현 국가안보실 소관)에서 3개월에 1번씩 청와대와 국정원 주도로 회의를 하였고, 당시 사이버사령관도 수시로 불려갔다"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대선개입이 청와대와 국정원 주도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A씨는 또 "사이버사령부 부대 내에서도 530단(심리전단)은 별동대다.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철저하게 비밀이었다. 내부 보고 조차 부실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와함께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의 관계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김 의원은 "국정원 7국장은 2011년 민·관·군의 '사이버마스터플랜'을 빌미로 사이버사령관을 만나 사이버사령부의 530심리전단을 공식적으로 포함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초대 사령관에게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하였고, 실제로 2011년도에 국정원 7국장 등을 포함한 국정원내 사이버담당과 초대 사령관이 몇 차례 미팅을 갖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사이버사령부가 만들어 유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미지 4장을 공개하며 "천정배, 이종걸, 강기갑 의원 등 야당의원들을 미친 친북자이고, 김정일의 하수인처럼 표현했다"고 공개했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의 의혹제기 역시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진 의원은 사이버사령부의 정치.대선 개입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로 이명박정부 당시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한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을 지목했다.

진 의원은 "그는 2011년 ‘국방개혁 307계획’을 작성하는 데 깊이 관여하였는데, 이 307계획에는 2012년까지 사이버전 전문인력 100여명을 선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또 연제욱 현 청와대 국방비서관과의 연계 의혹도 제기했다. 진 의원은 "그는 사이버사령부 조직의 밑그림을 그린 정책통으로 알려져 있다"며 "2012년 11월까지 1년 동안 (사령관으로) 재임하면서 사이버심리전단 요원을 대폭 증원하고 이들을 활용해 우리 국민과 해외 교민을 상대로 활발한 심리전 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특히 "사이버사령부의 활동은 매우 치밀하고 조직적"이라며 컨텐츠 생산→심의→배포→보고→평가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 역할이 체계적으로 분담되고 집행됐다고 밝혔다.

두 의원의 의혹제기 내용을 종합해보면 사이버사령부는 이미 2010년 설립 당시부터 청와대의 지휘아래 국정원과 협력하며 정치.대선 개입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특히, 두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당초 군이 밝힌대로 4명의 요원이 개인적으로 댓글을 단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정치.대선 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답변자로 나선 김관진 국방장관과 정홍원 총리는 숱한 의혹에도 "철저하게 수사하고 투명하고 신속하게 하라고 지시를 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현재 군 조사본부는 옥도경 현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요원 30여명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수사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국방장관이 지휘하는 군 조사본부의 '셀프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특검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조사본부의 수사는 오히려 야당의 의혹제기에 대한 방어 논리를 만들려는 것일뿐 실체에 접근할 의사가 없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국방장관이 심리전단에 표창한 사람인데 이제 와서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느냐"며 "군사재판은 일반재판과 달리 장관이 하는데 돌고돌아 그 자리에 관할권자가 장관"이라며 비판했다.

정 총리는 이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지시를 하고, 범죄가 틀림 없는데도 수사를 안 한다든지 다른 게 나온다면 제가 확실하게 하겠다"며 특검도입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과 총리가 밝힌대로 군에서 철저하게 수사를 할 것이고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이르면 12월 초에 수사결과를 발표해 모든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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