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해상 난민문제 對호주 협력 중단

외무장관 "對호주 협력관계 격하…협력 축소 방침"

인도네시아 정부는 20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 등에 대한 도청 의혹과 관련해 호주와의 해상 난민 문제 협력을 중단하는 등 양국 간 협력관계를 격하시키는 조처를 내렸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상 난민문제 대응을 위한 공동 해상순찰 등 호주와의 군사 협력을 일시 중지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는 (도청 의혹과 관련한) 모든 것이 해명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그리고 우리 군에 대한 스파이행위가 없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협력을 계속할 수는 없다"며 미래에 협력을 계속해 나가려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행동강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호주의) 적이 아니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토니 애벗 호주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자신과 아내, 측근들을 도청한 이유에 대한 공식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상 난민문제는 인도네시아와 호주 간 가장 민감한 외교 현안 중 하나다. 호주 정부는 인도네시아를 거쳐 밀려드는 동남아·중동 난민을 차단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해왔다.

이에 앞서 마르티 나탈레가와 외무장관은 전날 소환된 나집 케수마 호주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와 만나기 전 "호주와의 관계를 격하시키는 조처를 했다. 협력 분야를 하나씩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는 유도요노 대통령 내외와 핵심 측근들에 대한 호주 정보기관의 도청 의혹에 대해 호주 정부가 사과하지 않는 데 따른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협력관계 격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캔버라 주재 인도네시아 외교관 수를 줄이고 호주 정부에도 같은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호주 방위신호국(DSD)이 2009년 유도요노 대통령과 부인 아니 여사, 부디오노 부통령 등 10명의 전화 도청을 시도했다는 지난 18일 호주 언론의 보도가 나온 뒤 호주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호주 정부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애벗 총리는 그러나 이날 국회 정책질의 시간에 "스파이 행위 보도로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야기된 난처한 상황에 대해 깊이, 그리고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전날에 이어 거듭 유감 의사를 밝혔으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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