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13 대한민국 공익광고제'의 인쇄 부분 일반부 은상 수상작 '삶의 지혜'와 지난 5월 유엔여성(UN Women)에서 제작한 양성평등 캠페인 광고 시리즈의 비교 사진이 올라왔다.
먼저 '삶의 지혜'를 보면 백발이 무성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사진이 등장한다. 이들 노인의 입은 모두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으로 가려져 있다.
아래에는 '삶의 지혜, 찾지말고 찾아뵈세요', '검색으로도 찾을 수 없는 지혜, 어르신에게 있습니다' 등의 노인소외 문제를 다룬 문구가 쓰여 있다.
그런데 다양한 인종의 여성을 모델로 한 유엔여성의 양성평등 광고 시리즈 역시 이와 유사한 이미지 구성을 보이고 있다.
모두 4장의 광고 이미지는 클로즈업한 여성의 얼굴 중 입을 포털사이트 구글의 검색창으로 가렸다.
검색창을 살펴보면 '여성은 ~하면 안 된다'(Women shouldn't ~), '~할 수 없다'(Women cannot ~), '~해야 한다'(Women should ~), '~할 필요가 있다'(Women need to ~) 등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4가지 주제로 나눠 다루고 있다. 검색창의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각 광고의 주제에 걸맞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 광고에 포함된 문구는 지난 3월 9일 기준으로 실제로 '구글'의 검색창에 입력했을 때
가장 많이 뜨는 내용을 차용했다.
2013 대한민국 공익광고제의 접수 마감일은 9월 2일까지였으며 그래픽 디자인 그룹 사이트인 '비핸스 네트워트'(Behance Network)에 이 광고 시리즈가 게시된 때는 지난 5월이다.
모집요강의 주의사항에는 '표절 작품은 수상에서 제외되고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후라도 표절 사실이 밝혀질 경우 수상을 취소하고 상금을 환수조치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은상 수상작 '삶의 지혜'의 '이미지 유사성'과 '이미지 전달 방식'을 지적하고 나섰다.
광고업계에 종사한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건 표절같다"면서 "이미지 유사성과 더불어서 이미지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같은 게 똑같다. 의미가 다른 건 공모전 주제에 맞게 약간 변형해서 그런 거 같다"고 전했다.
다른 네티즌도 "이미지가 갖는 유사성이나 아이디어, 레이아웃 등등 다 똑같고 그냥 말하고자 한 의미만 다르면 표절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밖에 네티즌들은 "표절이 아니고 오마주라고 해도 공모전에 오마주한 작품을 내나? 표절로 의심받을 수도 있으니 무조건 창작 아이디어 내야 되는 걸로 아는데", "모방도 창작이라고는 하지만 구도 자체가 유엔여성 광고 보고 참고 했을 거 같은데 표절 맞는 듯", "일단 영감은 받은 거 같다. 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드네" 등의 의견으로 수상작 '삶의 지혜'를 비판했다.
'표절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제시한 네티즌들도 있었다.
이들은 "포맷은 비슷하지만 의미가 전혀 다르다. 저런 거 보고 표절이라고 하면 표절 아닌 광고가 없다", "이미지만 비슷하지 의미가 완전히 다른 것도 그렇고 저 정도면 이미지는 우연일 수도 있지 않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같고 딱히 표절같지는 않은데 비슷하긴 하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공모전을 주최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관계자는 19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표절 논란에 대해) 내부적 절차에 따라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보다) 공모작품을 심사한 전문 심사위원 분들의 의견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표절로 판정된 공모작품들의 전례에 대해 묻자 "수상 후에는 표절이 인정된 적이 없었다"면서 "예심과 본심 사이에 있는 모방표절 기간에 네티즌들이 의견을 주면 심사위원들이 표절 여부를 결정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