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윤상직 장관은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께 심각한 위기상황을 알리고 절전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 전략은 잘 들어맞아 온 국민이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냉방 장치도 가동하지 않은채 절전한 덕에 사상 최악의 전력 위기는 가까스로 넘겼다.
#2. 석달 뒤인 11월 19일.
정부는 겨울철 전력 수요 급증을 앞두고 전기요금 평균 5.4% 인상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 1월 평균 4% 오른데 이어 10달 만에, 지난 2011년 이후 다섯번째 인상이다.
2011년 8월과 12월에 각각 4.9%와 4.5%, 지난해 8월에도 4.9% 오른 가운데 최근 3년간 인상 폭은 이번이 가장 높다.
정부의 논리는 이렇다.
저렴한 요금을 바탕으로 그동안 급격히 증가해온 전기 소비를 줄이겠다는 것으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았던 산업용 요금을 평균 인상률 이상으로 올렸다.
정부는 원래 전기요금을 8% 이상 올려야 하지만 원전 사고 등으로 인한 인상 요인 약 1조원은 한수원이 부담하도록 조치하고, 한전의 자구노력으로 5천억원 정도 원가인상 요인을 최대한 낮춰 최소한의 인상률만 반영했다고 생색까지 냈다.
당초 8% 인상안에서 한수원과 한전의 비용 부담 1조 5천억원을 빼면 약 3%가 빠져 평균 5% 정도만 인상했다는 설명이지만 실상 한수원이나 한전이 부담하는 금액은 없다.
1조 5천억원이라는 돈을 마련해 메꾸는게 아니라 한수원과 한전이 자구 노력으로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실제 없는 돈으로 결국 다 빚일 뿐이다.
예를 들어 전력 원가가 1천원인데 한전이 벌어들인 돈은 844원으로 그동안 한전의 적자 156원을 정부가 메꿔왔는데 이제는 100원만 줄테니 나머지 77원은 알아서 메꾸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도 "실제 한전과 한수원이 그 돈을 마련하겠다는 뜻은 아니며 자구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한전 개선안 없는 전기요금 인상, 결국 국민 부담>
한전과 한수원이 알아서 자구책을 동원해 원가를 낮추라는 것이지만 실제 그 수치가 객관적으로 증빙되거나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과연 8%와 5.4%의 근거는 무엇이고 그게 진짜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 지금 아무도 지금 알 수가 없다"며 "그냥 정부를 믿어달라. 이런 정도의 얘기 밖에 안 나오는 그런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력난 당시나 석달 뒤의 전기요금 인상에서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부만 믿어달라"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력사용을 억제해 한전의 적자를 줄이고, 다가올 겨울철 전력난도 막아보고자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지만 실제는 모든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으로 결국 국민이 '봉'이란 얘기다.
특히 한전의 방만경영 구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전과 자회사, 발전사 등 10개 회사의 부채는 모두 95조1000억원, 이 가운데 한전의 부채만 54조9600억원이지만 해마다 고액연봉에 성과급·복지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한전은 전기료 인상 명분으로 막대한 적자를 내세우면서도 한전이 지분을 100% 소유한 6개 발전 자회사의 실적을 합치면 오히려 흑자를 냈다고 자랑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한전의 자구노력 또한 선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성을 담보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한전이 전력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직접 구매하는 PPA시장의 민간발전사에 대해 퍼주기 식 지원은 개선대책이 필요하다. 한전 직원의 성과급 반납, 자산(자회사 지분, 알짜 부동산) 매각 등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도 "정부의 이번 전기요금 인상안은 매우 단기적이고 일회적 처방 성격이 강하다"며 "왜곡된 전기수요 구조를 바로잡을 수 없고 전기화 현상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