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32) 씨는 최근 부서 회식을 마치고 평소에 하지 않던 음주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함께 회식을 마친 직장동료는 “보여줄 것이 있다”며 음주운전 단속구간이 표시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화면을 박 씨에게 보여줬고 박 씨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 운전대를 잡았다.
박 씨는 “집에 도착하고 보니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더라”며 “단속구간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음주 교통사고를 낼 수도 있는 건데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술자리 등 모임이 잦은 연말을 앞두고 지역의 주요 음주단속 구간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개되고 있어 음주운전을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앱 측은 단속구간 정보 공유가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단속정보는 되레 음주운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출시된 이 음주단속 정보 앱은 대전·충남지역을 시·군별로 나눠 GPS를 통해 사용자 주변 등 수십 곳에 대해 음주단속 지점을 공개하고 있다.
앱 사용자들이 운전을 하거나 길을 가다 음주단속 장면을 목격하면 앱이 제공하는 지도에 지점을 표시하고 또 다른 사용자들도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모든 음주단속 지점을 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속을 하고 있는 지점과 과거에 했던 지점, 단속이 잦은 지점 등이 노출되면서 음주단속을 피해갈 여지를 주고 있다.
앱 측은 “사용자들 간의 자발적인 단속정보 교류를 통해 음주운전을 미연에 방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곧 술을 먹은 운전자들이 앱을 통해 단속지점을 확인하고 운전대를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찰도 음주단속 지점 자체가 워낙 유동적이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음주단속 정보는 되레 음주운전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앱 개발 취지 자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우려된다”며 “음주운전이라는 잠재적인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도구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