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여만에 허겁지겁 모여든 구청 직원들은 로비에 앉아 부지런히 인근 특급호텔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피해를 입은 아파트 8가구 주민 32명의 임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특급호텔 당일 예약이 쉬울 리 없을 터. 인근 호텔에 빈 방이 충분치 않다는 직원들의 얘기에 현장 책임자로 보이는 간부는 21층에서 24층 사이 주민은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나머지는 오크우드 호텔에 모시라고 지시했다.
이 간부는 현장은 주택과에서 챙기고 혹시 모르니 아파트 안전 문제는 구조 기술사를 불러서 주민들 모시고 안내하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비싼 특급호텔에 연락하면서 그 많은 숙박비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방이 없을 수도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누가 낼지 모르는 방값보다 방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걱정이었다.
같은 강남 구청 공무원들이지만 2년 5개월 전 발생한 포이동 대형 화재 사건 대응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지난 2011년 6월 12일 포이동 재건마을에서 난 불은 판자촌 96가구 가운데 75가구를 모두 태웠다. 270여명 주민들은 가재도구 하나 챙기지 못하고 간신히 목숨만 부지했다.
임시 숙소 대신 3층짜리 망루 형태의 컨테이너 마을회관에서 1차 복구가 시작되기까지 약 2개월 동안 지냈다. 컨테이너 시설에 물이 끊겨 양재천에서 물을 길어다 썼고 식사는 대한적십자사 '밥차'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
현대 아이파크 아파트 피해 주민들의 임시 숙소는 구청 직원들이 전화를 걸기 시작한 지 30여분 만에 특급호텔 두 곳에 마련됐다.
피해 주민들은 오후 1시쯤부터 호텔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아 마련된 임시 숙소의 가구당 하루 숙박비는 30만~50만원.
구청 관계자는 "일단 LG전자에서 모두 부담한 뒤 추후 보험 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