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이사 연봉공개 구멍 숭숭

대주주 미등기이사 등재땐 연봉 비밀

연봉 5억 원이 넘는 등기이사의 보수공개가 의무화되면서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176개사 536명의 연봉이 공개된다. 그런데 등기이사로만 대상이 한정돼 대주주가 미등기 이사로 경영에 관여할 경우에는 실효성이 떨어질 전망이다.
 
18일 기업경영성적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상장 비상장사 등기임원 보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등기이사 평균연봉이 5억원을 넘는 기업은 176개이고, 공개대상 인원은 536명이었다. 이 중 대주주 일가가 등기이사로 올라 있는 기업은 54.5%인 96개사, 대상은 93명으로 조사됐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나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은 공개되지 않는다. 둘째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나 사위 김재열 사장도 미등기 이사이기 때문에 연봉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 삼성가 가운데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만 공개된다.
 
신세계도 정용진 부회장이 올초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나 공개대상에서 빠졌다. 이명희 회장이나 정재은 명예회장, 딸 정유경 부사장도 역시 미등기 임원이다.
 
반면 현대차 그룹은 정몽구 회장과 아들 정의선 부회장, 사위 정태영 사장과 사위 정태영 사장 모두 공개된다.
 
SK도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과 4촌인 최창원·최신원 회장의 연봉이 알려지고, LG도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 모두 등기이사로 공개된다.
 
두산도 박용만 회장과 박용곤 전 회장의 장남 박정원 회장, 박지원 부회장은 공개되지만 박용곤 명예회장이나 박용성 회장 등은 비공개 대상이다.
 
이렇게 같은 대주주라도 등기임원이냐 아니냐에 따라 공개대상이 달라지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액연봉으로 논란을 빚은 오리온 담철곤 회장과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전 회장이 연봉공개 문제가 공론화 된 이후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는 등 법망을 피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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