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2’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중에서 최단기간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하고 있는 가운데 메가폰을 잡은 곽경택 감독이 이같이 밝혔다.
친구2는 친구인 동수(장동건)의 죽음을 지시한 혐의로 수감됐다가 17년 만에 출소한 준석(유오성)이 감옥에서 만나 자신을 아버지처럼 따르는 성훈(김우빈)과 자기 세력을 다시 키워 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곽 감독은 최근 노컷뉴스에게 “성훈이 준석에게 복수하는 엔딩도 있었다”며 “준석이 죽는 결말이 좀 더 느와르적이라며 그 엔딩을 지지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비화를 밝혔다.
현재 극장 상영 중인 친구2에서는 성훈이 아버지를 죽인 당사자에게 당시 살해 현장의 비화를 전해 듣고, 직접 손에 피를 묻힌다. 준석은 이런 성훈을 보호하려하나 성훈은 준석에게 뼈아픈 말만 던지고 떠난다.
곽 감독은 “성훈이 준석을 죽이는 버전을 고민했으나 그렇게 끝내면 내 마음이 너무 불편할 것 같았다”며 "그래서 준석과 성훈이 둘다 서글픔을 안고 살아갈 지금의 엔딩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친구2를 단순한 복수극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최대 화두는 기존 조폭영화와 다른 무엇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친구2의 흥행이후 이런저런 조폭영화가 많이 나왔는데, 친구2가 연장선상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친구2에서 준석과 성훈뿐만 아니라 준석의 아버지인 철주의 이야기를 다룬 것도 이 때문이다.
극중 주진모는 “이제 폭에서 재의 시대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철주가 활동한 시기는 1960년대로 우리사회에 돈(자본)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시기다.
자본주의에서 경쟁은 숙명이며, 돈은 모든 가치의 우위에 선다. 준석은 그런 가치가 사회에 자리잡기 시작한 시기에 나서 자란 인물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친구를 짓밟는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극에 달한 시기에 나서 자란 성훈은 ‘돈이 곧 행복’이라는 가치관을 가진 요즘 세대를 대표한다.
곽 감독은 “우리사회에 돈이 들어오면서 점점 화려해졌으나 정신적으로 더 행복한가,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성훈 세대의 친구들을 직접 만나 취재하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이들이 청소년 시기에 IMF가 터지는 바람에 부모가 돈 때문에 싸우거나 이혼하는 모습을 보면서 돈=행복이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더라."
젊은 세대에 대한 연민은 준석이 성훈을 아들처럼 챙기는 모습으로 반영됐다.
"기성 세대가 젊은 세대를 버릇없다고 치부하지 말고 그들의 아픔을 들여다 보고 위로해줬으면 좋겠다. 저 역시도 이번 영화하면서 젊은 세대의 아픔이나 외로움을 많게 알게 됐다.”
3편을 만들 것이라는 물음에는 “자꾸 3편을 만들 것이라고 물어보는데, 사실 계획은 없다”며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한다면, 이철주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 이번에 이철주 분량이 많이 축소돼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