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이 국회에서 직접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 첫 해인 지난 2008년 이후 5년 만이다.
오전 9시 40분쯤 국회 본청 앞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차량에서 내려 국회 본청 2층 정현관으로 입장했다.
이 과정에서 단식 농성 중인 통합진보당 이상규·김미희·오병윤·김재연·김선동 의원은 본청 바로 앞에 마련된 단식농성장에서 일어나 아무 말 없이 손 팻말을 펼쳤다.
박 대통령은 이들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정진석 국회사무총장의 영접을 받아 본청 안으로 들어섰다.
의회방호원 10명 가량이 박 대통령과 통합진보당 의원들 사이에 일렬로 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도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오전 10시쯤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새누리당 의원들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환영했다. 박 대통령은 환한 웃음과 가벼운 목례로 화답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항의의 표시로 박수를 치지 않은 채 서 있기만 했다. 통진당 의원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박수를 치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박 대통령은 연설 도중 '일자리 창출'과 '창조 경제' 등을 언급하며 법안 통과 협조를 요청할 때는 손을 사용하며 힘주어 말했다.
29분 가량의 연설 동안에 새누리당 의석에선 모두 33번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약 1분에 한 번 꼴로 박수가 나온 셈이다. 안철수 의원도 연설 도중 박수를 치곤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정연설 때 9번의 박수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일체 박수를 치지 않았고 일부는 앞에 높인 컴퓨터로 검색을 하는 등 연설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관심사였던 국정원 개혁특위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에 대한 입장 대신, 박 대통령이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수준으로 갈음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줄곧 요구해온 이른바 '양특'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자 민주당 의석 쪽에는 냉랭한 기운이 흘렀다.
박 대통령은 연설 직후 민주당 의석 맨 앞에 앉은 김윤덕 의원과 악수를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의원들과 본회의장을 빠져 나가면서 통로 주변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 등이 박 대통령이 차량을 탑승할 때까지 배웅했다.
17대 개원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연설 기간 동안 19번의 박수를 받았지만 입장과 퇴장 때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앉아서 딴청을 피우는 등 냉대를 받기도 했다.
18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정 연설 당시에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촛불집회에 대한 강경 진압 등에 대한 경고의 표시로 빨간 넥타이(남자)와 빨간색 스카프(여자)를 맨 채 본회의장에 입장해 연설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