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운동화와 아디다스 티셔츠 차림에 헤드폰을 쓴 래퍼 압둘라 샤리프(35)는 이집트 최대의 이슬람주의 조직인 무슬림형제단 단원이다.
전통적 이슬람주의자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에게 랩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한 군부에 맞설 '저항의 수단'이라고 미국 NBC 방송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샤리프의 랩은 군부 쿠데타를 지지한 이집트 자유주의자들에 대한 비난에서부터 미국의 외교정책, 전력 부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무르시 축출을 주도한 '최고 실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을 정면으로 겨냥한 가사도 있다.
샤리프는 엘시시 장관을 향해 "총알이 아닌 당신의 중상모략에 상처를 입었다"며 "알라가 당신을 용서하길 기도하겠다"고 노래한다.
무르시 전 대통령의 권력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은 지난 7월 그가 축출된 이후 강력한 탄압을 받고 있다. 간부들이 잇따라 체포됐고 방송국이 폐쇄되는 등 기존의 홍보 수단도 잃어버렸다.
샤리프를 비롯한 젊은 단원들의 어깨가 무거워진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은 이슬람 성전 꾸란(코란) 구절과 유튜브 계정으로 무장하고 이슬람주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지난달 이집트 경찰은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샤리프의 스튜디오를 급습해 헤드폰과 마이크, 앰프 등 각종 음악 장비를 압수해 가기도 했다.
샤리프는 "음악은 그들에게 위협이 된다"며 "그들은 총이 있지만, 여전히 우리를 두려워한다. 마이크를 빼앗는다고 내 음악을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슬림 래퍼들은 일부 자유주의자·예술가들과 이슬람 근본주의 양쪽에서 공격받고 있다고 NBC 방송은 지적했다.
힙합 음악은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 당시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했지만, 청년층이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로 분열한 이집트에서는 힙합 자체가 또 다른 '전장'이 된 것이다.
'MC 다합'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무슬림형제단 래퍼 마흐무드 압두다합(21)은 "나에게 힙합은 총질이나 여자, 마약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내 가사는 꾸란의 가르침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래퍼 겸 시인인 아흐마드 나기(27)는 "이건 힙합이 아니라 종교음악"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