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방지 업무만 한다는 영국 정보당국의 최근 해명과 달리 각국 정부대표의 숙소에도 노골적인 감청망을 깔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미국의 전직 방산업체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로열 콘시어즈'(Royal Concierge)란 명칭으로 불린 이 작전에 관한 기밀문서를 슈피겔에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콘시어즈는 호텔에서 고품질의 종합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슈피겔에 따르면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는 스위스와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의 최고급 호텔 최소 350곳을 대상으로 최근 3년 이상 감시·감청 활동을 벌였다. 이는 호텔에 외국 외교관이 투숙했는지를 알아내 해당 방의 전화·팩스·인터넷을 감청하는 것이 골자다.
GCHQ는 세계 각국 호텔이 정부기관 이메일로 예약확인 통지를 보내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매일 각국 외교관의 출장 동태를 파악했다는 것이다.
GCHQ는 또 중요 정부요인(Governmental hard targets)에 대한 첩보 활동도 벌였다. 예컨대 호텔 바에서 첩보 요원이 정부 관계자들의 대화를 엿듣는 식의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슈피겔은 덧붙였다.
스노든이 제공한 기밀문서는 GCHQ의 작전이 이뤄진 호텔의 명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스위스 취리히와 싱가포르의 일부 호텔을 약어로 언급했다. 한국의 호텔이 작전 대상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GCHQ는 내부적으로 이러한 감청활동을 '혁신'(innovation)으로 자평하면서 계속 작전의 내용을 보강했다.
기밀문서에서 GCHQ는 외교관이 투숙 호텔을 선택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방안을 찾는 한편 호텔 대여 차량에 감시망을 설치하는 안도 검토했다.
슈피겔은 영국의 이같은 감청활동에 대해 "각국 외교관들이 최상급 호텔에 묵을 때 시키지도 않은 독특한 룸서비스(감청)를 받은 것"이라고 비꼬았다.
GCHQ는 외국의 통신회사 전산망에 침투하고 국제 모바일 결제 서비스도 해킹하는 등 첨단범죄를 연상케 하는 작전이 최근 슈피겔을 통해 폭로돼 물의를 빚었다.
한편 정보통신본부(GCHQ), 국내정보국(MI5), 해외정보국(MI6) 등 영국 3대 정보기관의 수장은 지난 7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대중은 감시 대상이 아니다. 우리 작전의 목적은 알카에다 등 테러 단체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