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흑인장관 인종차별에 집권당 반격…유엔도 비판

프랑스에서 흑인 여성 장관의 인종차별을 당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와 집권당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햇다.


최근 극우파 주간지가 흑인 여성인 크리스티안 토비라 프랑스 법무부 장관을 원숭이로 비하하자 집권 사회당이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프랑스국제라디오(RFI) 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회당은 그동안 토비라 장관이 인종차별을 당해도 소극적으로 방어하는데 그쳤다. 괜히 이 문제를 다뤘다가는 인종차별주의자를 광고해주고 극우파의 인기만 올려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달 말 토비라 장관이 반 토비라, 반 동성결혼 시위에 참가한 어린이들로부터 원숭이로 불리는 등 인종차별을 당했을 때도 당차원에서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극우파 주간지인 '미닛'(Minute)이 최근 호에서 토비라 장관 사진 옆에 '원숭이처럼 교활한, 토비라가 바나나를 다시 찾았다'라는 표제를 붙이면서 흑인을 비하하자 인종차별이 선을 넘었다는 판단에 강경 대응에 나섰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장 마르크 에로 총리가 인종차별을 비판했고 검찰은 잡지 표현의 위법 여부에 대한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

사회당은 오는 27일 '극우파로부터 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다음 달 8일에는 인종차별 반대 대규모 행진을 벌이기로 했다.

토론회에는 토비라 장관을 비롯해 마뉘엘 발스 내무부 장관, 뱅상 페이옹 교육부 장관이 참가할 예정이다.

극우파뿐 아니라 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지방의회 의원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토비라 장관과 바나나를 연관시키는 표현을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장 프랑수아 코페 UMP 대표는 "타인에 대한 증오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 의원에 대해 당원 제명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프랑스에서 토비라 장관에 대해 쏟아지는 인종차별 발언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OHCHR는 "피부색에 근거해 유력 정치인을 모욕하는 것은 유럽에서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증이 확산하고 있다는 뚜렷한 징후"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이웃나라인 이탈리아에서도 첫 흑인 여성장관인 세실 키엥게 국민통합부 장관이 우파정당으로부터 오랑우탄과 비교당하는 등 흑인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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