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러시아 위성감시국 추진에 CIA·국방부 제동

NYT "정보당국, 도청 등 안보 문제 야기 우려 제기"

러시아가 자체 위성항법시스템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워 미국 안에 지상 감시국 설치를 추진하자 미 정보당국이 '도청에 사용될 수 있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는 러시아연방우주청(로스코스모스)이 미국 내에 위성항법시스템 지상감시국(monitor stations) 약 여섯 곳을 설치하려 하자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CIA와 국방부는 러시아의 감시국 설치 제안에 대해 '허가를 내줘선 안 된다'며 주무 부처인 국무부를 상대로 조용히 공세를 펴고 있다고 몇몇 미국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CIA는 최근 작성한 비공개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미국내 감시국은 '방첩을 비롯한 안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감시국 설치를 허가하면 러시아가 미국 땅에서 자국 무기체계의 정확성을 향상시키고 스파이 행위의 발판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러시아는 글로나스(GLONASS)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지상감시국 설치의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CIA와 국방부는 러시아가 그 이상의 의도를 가졌다고 보는 것이다.

글로나스는 러시아가 미국의 위성항법시스템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자체 구축한 위성항법시스템이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5월 미국에 지상감시국 설치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마리 하프 국무부 대변인이 전했다. 이후 양국 기술·외교팀이 여러 차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러시아 정부는 몇 년 전부터 지상감시국 확대를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올해 브라질에 감시국을 설치한 데 이어 스페인·인도네시아·호주와도 곧 관련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 내에 GPS 감시국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CIA와 국방부의 견제에도 국무부는 감시국 설치를 허가하는 것이 러시아 정부와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면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

미-러 관계는 미 정보당국의 무차별적 개인정보 수집 행위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신병 처리와 시리아 정부에 대한 상반된 태도를 두고 어느 때보다 악화된 상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일단 러시아가 추가로 정보를 제공할 때까지 최종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고 국무부와 백악관 관계자들이 전했다.

의회에서도 미 하원 군사위원회 전략무기 소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로저스(공화·앨라배마) 의원이 지난주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서한을 보내 국가안보에 대한 영향 평가를 요청했다.

로저스 의원은 "전 세계가 GPS에 의존해 확실한 이익을 보고 있는데 왜 미국이 나서서 글로나스 같은 경쟁 상대에 힘을 실어주려고 하느냐"고 말했다.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관 대변인은 이에 대해 "감시국 설치는 글로나스 시스템의 정확한 신호 계측을 위한 것일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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