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가면 하이옌보다 더 강한 재앙 온다"

바르샤바 19차 기후변화협약 회의, 신(新)기후체제 협의 시작

지구온난화가 이대로 진행되면, 필리핀을 강타한 슈퍼태풍 하이옌보다 더 강력한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구 온도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모여 해마다 열고 있는 회의가 바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다. 올해는 지난 11일부터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제19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지난 12일 바르샤바의 한 회의장에서는 옙 사노(Yeb Sano) 필리핀 대표의 눈물 어린 연설이 좌중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사노 대표는 "슈퍼태풍 하이옌이 우리나라(필리핀)를 황폐화 시켰다“며 ”태풍에 휩쓸려 사라져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된 사람들, 고아가 된 아이들을 대신해 (이 자리에서 대표로) 말하고 있다"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튿날 유엔기후변화협약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Christiana Figueres)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가 이대로 가면, 하이옌 보다 더 큰 재앙이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목표는 지구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하는 것이다. 지금은 교토의정서 체제로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고 있다.

하지만 교토의정서가 연장 기한마저 끝나는 2020년 이후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까지 온실가스 의무 감축대상에 포함된다. 이른바 ‘신(新) 기후체제’다.

올해 회의는 신 기후체제를 앞두고, 개도국들이 어떻게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인지를 놓고 국제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유럽연합은 온실가스 감축총량을 정한 뒤 각국에 의무감축량을 부과하자는 입장(하향식 Top-down)인 반면, 미국이나 싱가폴 등은 국가적 상황을 고려한 상향식(Bottom-up)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향식 접근을 지지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중국이나 인도 등 주요 개도국은 아예 논의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등, 각 나라마다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개도국을 중재하는 위치로, 개도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도록 독려하는 한편, 선진국들에게는 우리나라에 유치되는 녹색기후기금(GCF)를 통한 자금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GCF는 2020년까지 연간 1천억불의 기금 적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GCF는 신 기후체제가 도래하면 개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환경부 유제철 국제협력관은 "우리나라는 GCF를 통해서 개도국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보하는 쪽에 강조를 하면서, 선진국에 2020년까지의 재원확보를 조금 더 강하게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필리핀의 상황을 전한 사노 대표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의미있는 회의 결과, 특히 GCF에 대한 구체적인 협약이 나올 때까지 단식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단식투쟁을 벌이며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전세계가 더 이상의 재앙은 막아야 한다는데는 같은 의견이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나라들이 어느 선까지 합의를 할지 오는 22일 폐막하는 회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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