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 필리핀 타클로반…"산사람도 죽을 지경"

軍 수송기만 간간이 오가…'탈출 행렬' 발 동동

초대형 태풍 하이옌의 직격탄을 맞은 레이텐주(州) 타클로반. 재난 밸생 일주일째인 15일(현지 시간), 필리핀 현지 주민과 각국 NGO 단체들은 이곳을 '죽음의 도시'라 부른다.


한참 구호물자와 구조인력이 드나들어야 하지만 타클로반으로 향하는 길은 사실상 모두 끊긴 상태.

편안히 눈감길 바라는 시신들, 먹고 마실 게 없어 '탈출'을 바라는 주민들 모두 이 절망의 도시에 고립된 채 방치돼 있다.

필리핀 정부 당국은 이틀 전 인근 도시 올목과 통하는 도로에서 반군과 총격전이 발생하자 아예 타클로반으로 향하는 육로를 끊었다.

차량을 이용한 구호물자·인력 수송은 전면 '올스톱' 상태이다.

각국의 군 수송기만 띄엄띄엄 드나들며 최소한의 물과 식량을 공급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공군 수송기도 지난 14일 오후에 이어 이날 세부에서 구호물자를 싣고 타클로반으로 향하는 모습이 간간이 상공에서 보였다.

여객기가 수차례 타클로반을 왕복하지만 이미 '풀 예약'된 상태라 표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예약자들은 대부분 타클로반에 친척을 둔 정부 고위 관료나 부자들이라고 현지 NGO 관계자는 전했다.

타클로반 진입로라곤 뱃길이 전부인 상황. 하지만 항구에 간신히 도착하더라도 2차 운송수단이 거의 전무한 데다 주요 도로마다 약탈을 일삼는 반군이 진을 치고 있다.

따라서 애초 타클로반 행을 계획했던 전 세계 NGO들은 인근 도시 올목에서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매일 뒤바뀌는 현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태풍 피해가 발생하자마자 타클로반에 들어가 구조활동을 벌였다는 국내 NGO 관계자는 "모든 게 잿더미로 변한 타클로반에서 희망을 찾기란 어렵다. 어차피 진입하기도 어려운 만큼 타클로반과 비슷한 피해를 입었지만 재건의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돕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현재 타클로반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들은 외교당국자, 구조대원, 일부 NGO 활동가들로 알려졌다.

이들은 여전히 물도, 전기도 흐르지 않는 암흑도시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지만 아직 20명이 넘는 한인 실종자의 행방은 찾지 못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십 년 넘게 사업을 해온 40대 한인 남성은 이날 "타클로반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물도 식량도 없어 탈출하려는 주민들이 숱하게 많다"면서 "하지만 섬을 빠져 나올 수단이 없어 산 사람도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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