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은 15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2013 아시아시리즈' 포르티투도 볼로냐(이탈리아)와 첫 경기에서 8회 결승 3점 홈런을 쏘아올려 5-2 승리를 견인했다.
이 한방으로 삼성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이 대회 결승 진출 실패의 아픔을 씻어냄과 동시에 2년 만의 우승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은 오는 17일 대만 챔피언 퉁이와 2차전을 치른다.
'8회의 승부사' 이승엽이 또 한번 빛을 발했다. 2000년 시드니와 2008년 베이징 등 올림픽 무대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8회 결승타를 뽑아낸 이승엽의 집중력이 빛났다.
삼성은 약체로 꼽히는 볼로냐를 맞아 고전했다. 선발 백정현이 2회 연속 3안타로 선제점을 내줬다. 2회말 곧바로 이지영의 희생 플라이 때 이승엽이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었다. 5회 정형식의 볼넷과 도루에 이어 한국시리즈 MVP 박한이가 적시타를 때려내 2-1 역전까지 만들었다.
막강 불펜의 삼성은 그러나 7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신용운이 2루타와 안타 등으로 1사 1, 3루를 맞았고, 심창민이 적시타를 내줘 2-2 동점이 됐다.
하지만 삼성은 이승엽이 있었다. 8회 2사 2루에서 볼로냐는 우타자 박석민을 고의 4구로 거르고 좌타자 이승엽과 승부를 걸었다.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이승엽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승엽은 상대 왼손 투수 후니오르 오베르토에게 0볼-2스트라이크로 몰리며 기회가 무위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이후 볼 3개를 침착하게 골라낸 뒤 높은 슬라이더 실투를 그대로 잡아당겨 보란듯이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또 다시 8회 그려진 이승엽의 결승 포물선이었다. 이승엽은 2006년 WBC 일본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과 4강전에서도 결승 홈런을 때려낸 바 있다.
이승엽의 통렬한 아치에 힘을 얻은 삼성은 해외로 진출하는 오승환 대신 내년 마무리로 꼽히는 안지만이 9회를 잘 막아 승리를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