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盧 전 대통령, 논란 우려해 대화록 삭제 지시' 판단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의혹 관련 고발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 관계자들이 고의적으로 대화록 초안을 삭제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은 또 대화록 최종본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았다는 점을 노 전 대통령이 보고받았지만 기록원 미이관을 직접 지시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광수 부장검사)는 대화록 초안의 폐기와 최종본의 미이관 모두 노 전 대통령이 깊숙이 관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은 5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은 국가정보원에서 1급비밀로 보관하도록 하고 e지원에 있는 회의록 파일은 없애도록 하라. 회의록을 청와대에 남겨두지 말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결과 대화록 초안이 첨부된 2007년 10월 9일자 문서관리카드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2008년 2월 14일 조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메모보고의 전문을 공개하며 조 전 비서관 등이 대화록 최종본 역시 문서 결재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의도적으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으려 했다고 판단했다.

조 전 비서관이 작성한 메모보고에는 "안보실에서는 '2007 정상회담 회의록'을 1차 보고시 대통령님께서 지시하신 바에 따라 국정원과 협조하여 전체적으로 꼼꼼히 점검, 수정했습니다. 동 '회의록'의 보안성을 감안, 안보실장과 상의하여 이지원의 문서관리 카드에서는 삭제하고, 대통령님께서만 접근하실 수 있도록 메모보고로 올립니다"고 적혀있다.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 초안 파기를 지시한 이유에 대해 검찰은 "평가로 이야기하지 않겠다"면서도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발언이 향후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대화록 삭제 등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검찰조사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을 1급비밀로 지정된 것은 과잉'이라고 말했다"며 "조 전 비서관의 메모를 보면 대통령만 접근 가능하게 올린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면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화록 삭제 및 미이관 지시 경위가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았으면 하는 의도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의견 개진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면서도 "대통령기록관은 후대에 오픈(공개)되고 역사들에게 평가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향후 논란을 우려해 대화록 삭제 등을 지시했다고 검찰이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화록 초안을 삭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죄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로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다만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 외 실무자들에 대해서는 상부의 지시 또는 관련 부서의 요청에 따라 실무적인 차원에서 삭제 행위에 가담한 점 등을 감안해 별도로 입건하지 않았다.

또 참여정부 때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의원의 경우 회의록 삭제 및 미이관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무혐의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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