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룡 두산 단장은 15일 FA(자유계약선수) 협상 진행 상황을 묻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이종욱, 손시헌(이상 33), 최준석(30) 등 소속 FA들의 요구액이 예상 외로 크다는 뜻이다.
뜨겁게 달궈진 FA시장 여파다. 전날 강민호(롯데)가 역대 최고액인 4년 75억 원에 계약하면서 스토브리그가 후끈 달아올랐다. 김단장은 "이택근(넥센), 김주찬(KIA)로 촉발된 과열 양상이 강민호의 계약으로 더욱 불이 붙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택근은 지난 2011년, 김주찬은 지난해 4년 50억 원 대형 FA 계약을 맺었다.
두산은 그러나 선수들의 요구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협상에 나서겠지만 10개 구단 중 가장 선수층이 두터운 만큼 무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김단장은 "하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FA 세 명 모두 필요한 선수임은 분명하다. 이종욱은 올해 타율 3할7리 6홈런 52타점 77득점 30도루로 1번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도루 4위, 득점 6위다. 최준석은 올해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인 6홈런을 때려내며 거포 본능을 뽐냈고, 손시헌도 안정된 수비와 한방을 갖춘 내야수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두산은 이들의 대체 자원을 갖추고 있다. 이종욱은 '아기 곰' 정수빈(23)이, 최준석은 역시 포스트시즌에서 잠재력이 폭발한 오재일(27)이 대신할 수 있다. 손시헌의 유격수 자리도 김재호(28)가 생애 첫 3할 타율(.315)로 충실하게 메워줬다.
때문에 눈높이가 달라진 FA 3인방과 두산이 협상의 결실을 맺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올 스토브리그의 큰 손 한화와 거포 보강이 필요한 롯데 등 시장 상황도 그렇다. 이들 세 명이 시장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김단장은 "오늘은 좀 쉬고 내일 최종 담판을 짓겠다"고 말했다. 과연 두산과 FA 3인방이 원 소속 구단과 협상 최종일인 16일 어떤 결론을 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