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물량이 줄면서 가격이 치솟자 정부는 4월과 8월 서민주거안정대책을 내놨다. 4월 대책의 핵심내용은 집주인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전세보증금을 대출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갚거나, 세입자가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을 금융기관에 맡기고 저리로 전세보증금을 빌리는 대출제도다.
8.28대책에서는 전세수요자에게 아예 집을 사도록 하는 손익형-수익형 모기지대출이 나왔다. 집값의 40-70%를 1%금리로 빌려주고 손해가 나면 손해를 나눠 부담하고 이익이 나면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손수익형 모기지대출은 지난달 1일 시범 실시한 결과 5천명이 신청해 겨우 2,275명이 최종 당첨됐다. 시범 실시했다지만 숫자가 너무 적고 자격요건도 까다로워 상환능력이 있으면서 실질적인 자금수요자인 30,40대 가장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금융신용보증 공급현황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매달 전세를 위해 개인보증을 받는 가구수는 28000~31000가구로 모기지대출 2275건은 7.3%에 불과해 극히 일부 사람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나마 현재까지 집행된 돈은 769건 961억원에 불과하다. 자격요건도 까다롭다.
집주인이 대신 전세보증금을 대출받는 방식은 출시후 이용실적이 전무한 상황이다. 집주인이 담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대책으로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었다.
뛰는 전세값, 늘어나는 월세로 부동산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정부대책은 여기까지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추가대책마련의 손을 놓고 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나온 대책 외에 추가로 준비중인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나온 대책의 홍보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부대책이 시장변화를 전적으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15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방향을 잘 잡긴 했는데 차가에서 자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고소득층.중위소득자들이 집을 살수 있도록 금리나 세제를 완화해준다든지, 장기적으로 임대료 보조나 행복주택 바우처는 잘한 것 같지만, 문제는 시장의 변화에 항상 정부정책이 뒤따라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과 관련된 보증상품, 소득공제 강화, 전세보증금 반환 관련 신탁상품의 이용확대 같은 시장을 반영한 대책이 적시에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불경기로 가계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천정부지로 솟는 집값, 대부분의 서민과 세입자들은 추가로 발생하는 주거비용을 빚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빚마저 제대로 내지 못하면 그 고통을 피할 길이 없고 이는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