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재난대응 총체적 부실…아키노에 '십자포화'

필리핀 정부가 최근 초대형 태풍 하이옌 상륙 이후 밀려드는 국제구호물자를 전달마저 못하는 등 위기대응에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면서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아키노 대통령 자신은 특히 최근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많아야 2천5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는 등 사상 최악의 참사와 관련해 안이한 상황 판단과 대응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필리핀 각계각층은 태풍 하이옌이 상륙한 지 엿새가 넘도록 국제사회의 구호물자가 피해지역 이재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아키노 대통령을 질타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15일 보도했다.

마라엄 디펜서 산티아고 상원 의원은 "아키노 대통령이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 자신이 위험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 구호단체 '국경없는 의사들'의 필리핀 조정 책임자인 나타냐 레이스는 성명에서 "총체적인 혼돈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필리핀 정부의 무능을 비난했다.

일부 관측통들은 아키노 대통령이 수많은 인명피해가 난 상황에서도 '국가의 긍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실제 그는 태풍 하이옌으로 쑥대밭이 된 타클로반을 직접 확인하고도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기보다는 일부 주민들의 약탈행위를 비난하고 주민구호, 피해 파악을 하지 못한 지역관리들을 질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키노 대통령이 타클로반에서 열린 당시 긴급대책회의에서 냉정함을 잃은 모습을 보이면서 불신을 부채질했다고 전했다. 군중에게 공격을 받았다고 호소하는 한 사업가에게는 "그래도 죽지는 않은 것아니냐"고 말한 의혹도 제기됐다.

중앙 정부의 조정통제 능력이 한계를 드러낸 가운데 지역당국 역시 무기력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타클로반 피해현장에는 미국과 영국, 호주 등 각국의 구호물자가 밀려들고 있지만 정작 구호차량들은 연료부족으로 운행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의 행정력 부재 속에 피해지역의 주유소 업주들이 영업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신속한 지원이 정작 현지 당국의 총체적인 부실 대응으로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이재민들만 낙관에 봉착한 셈이다.

타클로반 주변도로에는 여전히 희생자 시신들이 목격되고 있다.

알프레드 로무알데스 타클로반 시장은 현재의 행정 인력과 차량으로는 이번 태풍 참사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로무알데스 시장은 시신수습에 투입됐던 차량을 구호물자 수송에 다시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민들에게 생필품마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자 국제사회와 필리핀 주민들은 좌절 속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키노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하이옌 상륙 당시 지역주민 소개와 구호물자 대비를 하지 않았다면 인명피해는 더 늘어났을 것이라며 정부의 사전대응을 과시했다.

그는 특히 레이테와 사마르 섬 등 주변지역의 인명피해 전망과 관련해서도 많아야 2천500여명이 사망했을 것이라며 주변에서 제기되는 '1만명 사망설'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과 단체들을 겨냥해 인명피해 보도에 정확성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안이한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필리핀 정부가 고의로 사망자 수를 속이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타클로반 시의 한 관리는 아키노 대통령이 고의로 사망자 수를 축소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엔 등 다른 관측통들은 여전히 사망자 수가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정확성을 기하는 차원에서 확인된 시신만을 통계로 잡고 있다며 고의적인 축소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근의 상황과 관련해 아키노 대통령이 집권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관측이 머리를 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때 높은 인기를 누리던 아키노 대통령의 "정치적 행운'이 다해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아키노 대통령 측은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자 정부가 곧 사상 최대 규모의 수송 구호활동에 나설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마르 록사스 내무장관은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빨라도 기대에 못미친다"면서 "수요는 엄청나고도 절박하지만 모두에게 구호품이 도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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