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화록 삭제 혐의' 백종천·조명균 불구속기소(종합)

문재인 의원 무혐의…노무현 전 대통령 지시로 대화록 삭제 결론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 삭제가 이뤄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광수 부장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화록을 삭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죄 공용전자기록등 손상죄)로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백 전 실장 등이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화록 초안을 삭제했고, 대화록 최종본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경위 역시 단순 실수가 아니라 당시 청와대가 고의로 대화록을 이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특히 쟁점이 됐던 대화록 초안의 성격에 대해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하고, 백 전 실장 등이 대화록 초안 삭제와 관련한 형사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다만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 외 실무자들에 대해서는 상부의 지시 또는 관련 부서의 요청에 따라 실무적인 차원에서 삭제 행위에 가담한 점 등을 감안해 별도로 입건하지 않았다.

또 참여정부 때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의원의 경우 회의록 삭제 및 미이관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 조사결과 조 전 비서관은 지난 2007년 10월 9일 참여정부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 ‘e지원’ 시스템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보고했고, 백 전 실장의 중간 결재를 거쳐 같은 달 21일 노 전 대통령의 최종 결재를 받았다.

이후 조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화록을 수정해 1급 비밀형태의 회의록 문건으로 작성한 뒤 같은 해 12월 말에서 2008년 1월 초쯤 백 전 실장을 거쳐 노 전 대통령에게 다시 보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을 1급 비밀로 보관하라'는 취지의 지시와 함께 ‘e지원’에 있는 회의록 파일은 없애도록 하고 회의록을 청와대에 남겨두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것이 검찰 측의 설명이다.

이에 백 전 실장 등은 2008년 1월 2일 국정원에서 회의록을 1급 비밀로 생산토록 하고, 조 전 비서관은 별도로 보관하고 있던 회의록 문건은 파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결재된 대화록 초안은 역시 'e지원' 삭제매뉴얼에 따라 삭제된 채 조사됐다.

대화록 최종본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검찰은 백 전 실장 등이 노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e지원’ 시스템에서 대통령 결재가 완료돼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된 회의록을 정상적으로 종료처리 하지 않고 삭제했고, 수정·변경된 회의록 문건은 문서기로 파쇄 했다고 판단했다.

참여정부 임기종료를 앞두고 대통령기록물 이관작업 및 봉하e지원 제작을 위해 2008년 2월 14일 11시30분부터 대통령비서실 일반 사용자들의 e지원 접속이 차단된 상태에서 메모보고 하면서 회의록 파일을 첨부해 봉하e지원에만 등재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회의록을 이관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 측 판단이다.

검찰이 공개한 2008년 2월 14일 조 전 비서관이 작성한 메모에는 "안보실에서는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을 1차 보고 시 대통령님께서 지시하신 바에 따라 국정원과 협조하여 전체적으로 꼼꼼히 점검, 수정했습니다. 동 회의록의 보안성을 감안, 안보실장과 상의하여 이지원의 문서 관리 카드에서는 삭제하고 대통령님께서만 접근하실 수 있도록 메모보고로 올립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그러나 대화록 초본의 성격을 두고 참여정부 측 인사들은 ‘대화록 최종본 완성한 뒤에는 미완성 문건 성격의 대화록 초본은 남겨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삭제했고, 대화록 최종본 역시 단순 실수로 이관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향후 공판과정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지난 7월 새누리당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 114일 동안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기록물 755만건을 열람하고, 참여정부 때 청와대 인사 30여명 등에 대한 광범위한 소환조사를 통해 대화록의 존재와 의도적 폐기 여부를 확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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