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인 178명 방중…중일관계 개선되나

시진핑 주석 면담도 추진…양국관계 `해빙 신호탄'

일본의 주요 기업 경영진 178명이 다음 주 단체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영유권 갈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양국 관계가 개선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 경제인들의 방중은 일본이 작년 9월 센카쿠 열도 국유화를 단행한 이후 양국간 갈등이 고조된지 1년여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일본 경제인들은 오는 18일부터 이뤄지는 7일간의 방중 기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포함해 중국의 최고 지도부를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어, 면담 성사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일본 경제인들의 시 주석 면담 추진은 양국간 정치적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경제 및 인적 교류 등 몇몇 측면에선 관계개선의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서 시도되는 것이어서 중일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중일관계 개선을 향한 신호는 최근 몇 달 사이 양국간 공식ㆍ비공식 부문에서 대화가 재개되고 있을 뿐 아니라 양국간 무역 및 관광 실적이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는 데서도 감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동안 양국 및 국제사회의 정책 전문가들과 경제인들은 중국과 일본 정상간 회담이 오랫동안 단절되고 있는데 대해 우려감을 표시해 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2년 12월 취임 이후 지금까지 약 120개국의 정상들과 회담했지만,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자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는 정상회담을 하지 못했다.

물론 아베 총리는 독도 문제로 한국과도 갈등을 빚는 바람에 박근혜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일본 경제계 주요 인사들의 방중은 양국의 경제관계가 회복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하는 `마지막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 9월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여행객은 전년 동기 대비 29%나 급증했으며, 9월 일본의 대중국 수출도 작년 같은 달에 비해 9.8%나 늘어나는 등 경제분야에서 양국관계는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또 양국 정상간 회담은 열리지 않고 있지만, 외교 당국자 및 전직 고위 정치인간의 대화가 재개되는 등 곳곳에서 양국 관계가 해빙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가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고, 구자오시 중국 민정부 부부장이 일본을 찾아 일본 고위 인사들을 면담하는 등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막후 움직임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외교정책 자문역을 맡고 있는 야치 쇼타로 (谷內正太郞)는 이번주초 한 연설에서 시 주석이 최근 끝난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8기 3중전회)를 계기로 권력기반을 공고히 한 뒤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연설에서 중국이 3중전회가 끝난 뒤 `주변국과의 건전한 환경'과 `정상적인 발전'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면서 "나는 이것이 현실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도 중국이 18기 3중전회 후에 대일 관계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일본 재계 인사들의 방중은 중일경제협회 주도로 이뤄진다. 중일경제협회는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단체로 조 후지오(張富士夫) 도요타자동차 명예회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

조 회장은 일본 경제인들의 방중과 관련, 지난주 지지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측이 말하는 것을 경청하고 양국 경제의 상호 신뢰를 확대할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일경제협회는 1975년 결성 이후 2011년까지 매년 중국에 대표단을 파견했다. 작년에는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의 여파로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반일(反日) 시위가 벌어지는 바람에 중일경제협회 CEO들의 공식 방중 일정은 취소됐다.

이번 방중 규모는 2011년의 182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일본 재계 경영진의 방중은 중국 최대 국영투자회사인 중국 중신그룹(中國中信集團ㆍCITIC) 회장 등 11명이 지난 9월 일본을 방문한데 이어 이뤄지는 것이다.

당시 중국 경제인들은 방일기간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 총리 경험자 외에 일본 경제동우회, 미즈오파이낸셜그룹, 노무라(野村)증권, 도요타 자동차 등의 수뇌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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