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론 솔솔… 가격과 시기는 '동상이몽'

(사진=자료사진)
잠잠하던 담뱃값 인상론이 정치권과 정부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높은 흡연율을 억제함과 동시에 세수 부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묘수지만 서민 물가 상승 등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담뱃값 인상의 신호탄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수장을 검증하는 자리에서 예고됐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임기 내에 담뱃값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담배의 해악,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건강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남성 흡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에서도 높은 편"이라면서 "이에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서민부담 등으로 올해는 인상이 어렵다"며 사실상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진영 전 장관과는 사뭇 다른 태도이다.

여당 내에서도 담뱃값 인상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11일 새누리당 중앙위원회가 주최한 '담배세 부과 법률 개정안' 정책 포럼에서는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이뤄졌다.

포럼에서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우선 담뱃값을 500원 정도 인상한 뒤 해마다 물가상승률과 연동해 계속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 담뱃값은 2500원으로 OECD 중 가장 싼 편이다. 노르웨이는 1만5000원, 영국도 1만 1000원 수준이며 남성흡연율은 19% 수준이다"며 "우리나라 담뱃값도 OECD의 중간쯤은 가야한다"고 제안했다.

사실, 담뱃값은 지난 2004년 이후 무려 9년간 묶여 있어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해서라도 올릴 때가 됐다는 데에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편이다.

OECD 22개국의 현재 담배가격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담뱃값이 2500원으로 가장 쌌던 반면 15세 이상 성인 남성 흡연율(2009년)은 44.3%로 그리스에 이어 두번 째로 높았다.


담뱃값과 흡연율이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 증명된 만큼 가격 규제를 통해서 흡연 억제 정책을 시행할 필요성이 있다.

문제는 언제, 얼마만큼 올리냐에 의견차가 크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중, 대폭 인상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문형표 장관 후보자는 담뱃값 인상 규모에 대해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6119원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3000원에서 많게는 4000원 인상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담뱃값 인상 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담뱃값 인상과 흡연율의 연관 관계를 추적해보면 2000원 인상할 때 담배 소비량이 가장 떨어진다"며 2000원 인상안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민경제에 끼칠 영향이 크다는 점을 들어 인상을 미루거나, 소폭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손쉬운 세수 확보의 차원에서 서민의 기호식품인 담뱃값을 올리려 한다는 의구심이 일고 있는 상황.

정경수 한국담배소비자협회 회장은 포럼에서 "담배세 인상을 논의하기 전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사용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만약 세금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국민건강증진기금운용의 투명화 및 건전성 확보와 개선방향을 먼저 시행하고, 담배관련 조세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징수한 돈을 건강보험재정적자 보전과 보건사업 등 전 국민이 부담해야 할 일반예산사업에 집행하고 있어 국민입장에서는 실질은 조세와 동일하다"며 "그런데 2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이 돈이 조세부담률 통계에서 빠진 것은 분식회계다"고 지적했다.

야당도 담뱃값 인상에 아직은 회의적이다.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은 "담배에 부과되는 건강증진부담금 중 금연에 사용하는 예산 비중이 1.1%밖에 안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담뱃값 올리는 것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어렵다"고 신중론을 폈다.

세수확보의 수단보다 국민 건강에 목적이 있다면 비가격 정책을 확실하게 병행하고, 국민건강증진기금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해 그 혜택이 다시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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