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감지되는 타클로반…식량 배급 시작

물·전기 공급 한 달 이상 걸릴 듯…본격적 복구는 난망

"기본적인 식수와 전기 공급을 제대로 하는데도 한 달 이상이 걸릴 겁니다. 본격적인 복구는 아직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태풍 하이옌으로 큰 피해를 본 필리핀 레이테주 타클로반 시청에 마련된 재해대책상황실에서 실무를 총괄하는 릴류사 알카다르 타클로반시 사회복지국장은 14일 복구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난감한 표정부터 지었다.

기본적인 식량·식수 공급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복구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슈퍼태풍' 하이옌이 지나간 지 6일째를 맞은 이날 폐허더미로 변한 타클로반 일대에는 변화가 조금씩 감지되기 시작했다.

식량을 전혀 구할 수 없었던 지난 며칠과는 달리 구호품을 실은 군용트럭이 군데군데 눈에 띄기 시작했고 타클로반 시청으로 접근하는 길 주변에는 각기 모양이 다른 플라스틱 통에 담은 기름을 파는 노점상도 등장했다.

타클로반시 관계자는 가구당 3㎏씩 쌀을 배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상식량 배급소 주변에는 식량을 받으려는 주민들의 긴 행렬도 목격됐다.

식량 배급은 시작됐지만 물 같은 다른 생필품 공급이나 전기 등의 시설 복구는 아직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알카다르 국장은 식량 문제를 극복하는 데는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물이나 전기 공급은 대책을 마련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타클로반에는 한 개의 상수도 시설이 있지만 이 시설은 이번 태풍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타클로반시는 지난 1984년에도 태풍으로 74일간 암흑 속에서 지낸 기억을 갖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상수도는 물론 타클로반시의 인프라 시설이 대부분 파괴돼 도시가 정상화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도시 복구보다는 아예 도시를 전면 재건설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의견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필리핀 국가재난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아직은 그 문제를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도시가 정상화하는 데는 적어도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민간구호단체 전문가들은 식량 공급 외에 전염병 등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방역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소방방재청 중앙119구조본부 관계자는 "전염병 예방조치가 급선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도심 곳곳에 부서지거나 넘어진 전신주가 방치되고 있어 현지 어린이들이 넘어진 전신주 주변에서 전선을 가지고 노는 위험한 장면도 목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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