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비공개로 의원들을 설득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현 시점에서 의회가 만장일치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법안을 통과시킬 움직임을 보인다면 협상에 대한 신뢰를 깨는 것은 물론 협상을 사실상 중단시키고 깰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가 이란과 핵 포기 양보를 얻어내는 대신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내주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란을 응징하려는 시도를 최소한 몇 주라도 늦춰야 한다는 것이다.
케리 장관은 "정부가 의회를 포함해 모두에게 요청하는 것은 조금 더 진정하고 외교 해법을 통해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현실이 어떤 것인지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과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도 이날 상원 민주당 지도부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 강화는 협상을 반대하는 이란 내부 강경주의자들의 힘을 북돋우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군사행동을 압박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제재는 미국을 전쟁을 향해 더 나아가게 할 것이다. 미국민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과 이란의 핵 협상이 무위로 끝나면서 미국 의회는 상·하원이나 민주·공화당을 막론하고 이란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셈이다.
민주당 소속 팀 존슨(사우스다코타) 상원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상원 금융위가 이날 소집된 것도 새로운 제재안을 심의하기 위해서였다.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란 정권은 지금도 핵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왜 정부는 제재 노력을 중단시키려 하느냐"고 따졌다.
하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앵글(뉴욕) 의원도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해체하는 확고하고 증명 가능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더 가혹한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이란 측에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 사안에서 강경한 입장을 대변해온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 상원 외교위원장은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발효하는 데 6개월 내지 1년이 걸리는 만큼 일단 오바마 행정부의 생각을 들어보겠다면서 한 발짝 물러섰다.
칼 레빈(민주·미시간) 상원 군사위원장도 "이란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현 시점에서 제재를 더 늘리는 것은 협상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이 실패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으로 타협이 이뤄진다면 그때 가서 추가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