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에 부쳐지는 안건은 이른바 `1대 12 이니셔티브(법안 발의권)'로, 스위스에 등록된 모든 법인에 대해 어떤 임ㆍ직원에게라도 최저 임금자의 12배가 넘는 임금을 지급하면 이를 불법으로 규정, 처벌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는 지난 3월 상장사 경영진(CEO)의 기본급 및 상여금 지급 계획을 주주들이 투표로 승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민더 이니셔티브'(Minder Initiative), 즉 `CEO 고액연봉 제한안'이 통과된 데 이어 8개월 만에 이뤄지는 고액 연봉자 규제와 관련한 국민투표다.
당시 스위스 국민은 중견 기업가이자 무소속 정치인인 토마스 민더가 최초로 발의한 `민더 이니셔티브'를 67.9%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1대 12 이니셔티브' 국민투표 청원을 주도한 스위스 사회민주당 내 소장파 그룹은 이번 국민투표가 통과돼 관련 입법이 이뤄질 경우 수십 년 동안 심화한 소득격차가 완화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보도했다.
스위스 노동조합연맹(SGB)에 따르면 스위스에서 상위 1% 고액 연봉자들의 임금은 1996년에서 2010년 사이에 39%나 증가했지만, 중위 소득자와 하위 소득자들의 임금은 같은 기간 각각 6%와 9% 늘어나는데 그쳤다.
`1대 12 이니셔티브' 국민투표 청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조직 `젊은 사회민주주의자들'의 회장인 데이비드 로스는 "1대 12 이니셔티브는 공동으로 창출한 부를 보다 공정하게 분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국민투표 안건에 대해 재계가 스위스 산업의 경쟁력 저하 등을 내세워 반발하는 등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고 FT는 전했다.
장 프랑수와 라임 중소기업 무역협회 회장은 "스위스의 가장 강력한 장점 가운데 하나는 정치와 법의 안정성이었다"면서 "1대 12 이니셔티브는 그것을 훼손하고 결국 스위스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위스의 주요 기업 경영진들도 이번 국민투표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세계적인 초콜릿 제조 회사인 바리깔리바우트의 최고 경영자는 이번 국민투표안을 `하나의 드라마'라고 혹평했고, 보험회사인 스위스 리의 회장은 만일 국민투표 안건이 통과돼 관련 법안이 시행되면 고위직을 외국으로 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1대 12 이니셔티브'의 통과 가능성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 달 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는 찬반 의견이 44%로 같게 나왔지만, 지난 주말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찬성 의견이 34%로 하락한 반면, 반대 의견은 55%로 급증했다.
하지만, 이번 국민투표 안건이 부결되더라도 이번 국민투표를 계기로 기업을 호의적으로 여겨왔던 스위스 국민의 전통적인 시각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스위스 세인트 갈렌 대학의 패트릭 에메네거 교수는 스위스의 제약사 노바티스의 다니엘 바젤라 회장이 올해 7천800만 달러의 고액 퇴직금을 받기로 함에 따라 대중들의 분노를 산 점을 상기시키고 나서 "일부 기업들이 너무 멀리 나아갔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라면서 "그렇게 많은 퇴직금을 받는 것은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