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태풍 하이옌 인명피해 규모 '논란'

필리핀정부-유엔 사망.실종자 추정치 9천여명 차이

최근 '슈퍼 태풍' 하이옌이 강타한 필리핀 중부지역의 인명피해 규모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레이테 섬 피해현장을 둘러본 유엔 관계자들과 목격자들은 타클로반에서 1만여명, 인근 사마르 지역에서 2천300여명이 사망·실종된 것으로 추산한 반면,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최대 2천500명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피해 규모를 판단하는 주체에 따라 무려 9천여명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태풍 하이옌에 따른 인명피해가 많아야 2천명으로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사망자 수가 1만명에 이른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이는 과도하다"며 "경찰과 지방정부를 인용한 사망자 추정치에는 감정적 트라우마가 개입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필리핀 정부는 현재까지 태풍 하이옌으로 사망 1천789명, 실종 82명, 부상 2천582명으로 공식 집계했다.

또 타클로반 지역의 필리핀 적십자사 현지 직원들도 태풍 상륙 직후에 1천여명으로 추정했다.

이들 적십자 직원은 특히 인명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일부 관측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적십자 직원들의 산정 방식이 시신 확인을 근거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태풍 하이옌에 따른 피해규모를 최고수준인 '3급 재해'로 분류했다.

이는 무려 22만명이 희생된 지난 2004년 인도양 쓰나미, 약 23만명이 숨진 2010년 아이티 대지진과 같은 등급이다.

이에 앞서 피해 당사자인 레이테 주 당국은 이번 태풍으로 주도 타클로반에서만 약 1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인근 사마르 지역에서는 약 300명이 숨진 것으로 공식 확인되고 2천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산했다.

현지 당국의 피해 전망치는 지역 행정기관의 자체 집계를 근거로 이뤄진 것이어서 비교적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이테 주 당국의 관측은 현장을 방문한 유엔 재해조사단의 전망과도 일치한다.

이에 따라 피해 규모가 1만명을 넘어설 경우 아키노 대통령은 상황파악마저 소홀히 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외국인 투자유치와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아키노 대통령으로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인명피해가 적잖은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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