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지난 2011년 1월 사실혼 관계인 전모씨가 자신의 동의 없이 부산은행 2개 지점에서 자신 명의 통장에 입금된 3,200만원을 찾아가자 '권한이 없는 사람에게 예금을 인출해 줬다'며 은행을 상대로 예금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전씨가 통장 비밀번호를 정확히 입력했고, 전씨가 사용한 인감도장과 통장에 날인된 도장이 육안으로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한 점 등을 들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은 예금 명의자와 인출자의 성별이 다른 점, 도장을 자세히 관찰하면 차이를 알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은행 과실이 일부 인정된다고 보고 3,200만원 가운데 96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인감 대조와 비밀번호 확인 등 통상적인 조사를 한 은행 출금담당 직원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전씨가 통장 원본을 소지하고 비밀번호까지 정확하게 입력한 점, 육안으로 도장의 차이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 예금 명의자와 인출자의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예금인출 권한이 없다고 의심하기 어려운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은행 직원이 예금주인 원고의 의사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직원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