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중남부 지역을 강타한 슈퍼 태풍 '하이옌'의 여파로 사망자만 1만 명을 뛰어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들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속속 전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참사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과 인터넷이 생존자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고 BBC와 CNN 등 외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해가 가장 심각한 타클로반에서 취재 중인 현지 GMA 방송 기자 아비게일 카스티노스는 며칠째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카스티노스는 "사람들은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려고 주변에 있는 종잇조각을 잡히는 대로 동원하고 있다"며 "나는 이들의 메세지를 전부 모아 트위터에 올리고, 생중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생존자들의 얼굴을 내보낸다"고 말했다.
타클로반 인근 휴양도시인 세부에서 취재하고 돌아온 또 다른 기자는 생존자들이 쥐어준 친지 연락처를 모아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고 있다.
현지 TV5 방송 소속의 이 기자는 타지에 있는 가족에게 생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수마 현장을 뚫고 수㎞를 걸어온 한 의사의 이야기를 전하며 "지금껏 재난 현장에서 이토록 엄청난 슬픔과 절망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마닐라 소재 GMA 방송국은 친지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이들로 주변이 인산인해를 이루자 자사 웹사이트에 가족찾기 마이크로블로그를 개설했다.
필리핀 야후 뉴스는 생존자 명단이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하고 있고, 타클로반 지역 정치인들도 페이스북에서 생존자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인터넷은 외국에 사는 필리핀 교민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홍콩에 사는 데이지 네메스에게 페이스북에 개설된 생존자 찾기 게시판인 '타클로반 욜란다 업데이트'는 유일한 희망이다. 쌍둥이 엄마이자 만삭의 몸인 그로서는 직접 타클로반에 있는 친지들의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네메스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모든 사진을 샅샅이 뒤지고 있지만 마을의 모습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며칠째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1만7천명이 가입한 이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오늘도 생존자들의 안부를 확인하려는 가족들의 애타는 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