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정모(59, 제주시)씨는 요로결석 제거수술을 받기 위해 제주도내 모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소변이 흐르는 관을 절개해 결석을 없애는 치료로, 수술은 2시간안에 끝나고 입원도 길어야 일주일인 간단한 시술이다.
하지만 정씨의 수술과정에선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당초 예상한 2시간을 훌쩍 넘겼고 4시간이 가까워서야 정씨는 수술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더욱이 마취에서 깨어난 정씨는 왼쪽 다리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발에 힘을 줄 수도 없었고 발등은 짙푸른 멍이 든 것처럼 까맣게 변해갔다.
급기야 정씨는 다시 수술대에 올랐고 또 그렇게 2시간이 흘렀다.
1차 수술과 2차 수술사이 휴식시간을 빼면 정씨에 대한 수술은 장장 6시간이나 소요됐다.
이유는 담당의사가 정씨의 동맥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콩팥 밑의 요관을 절개해 결석을 제거해야 하지만 실수로 요관 옆에 있는 동맥을 잘라 버린 것이다.
담당의사 장모씨는 취재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손으로 직접 만져보는 '촉진'을 통해 결석이 있는 요관을 찾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딱딱한 부위가 느껴져 돌이 있는 요관인 줄 알고 절개를 한 것이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이어 "정상적인 동맥이면 박동이 있어야 하는데 동맥경화가 진행된 부위라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요관과 동맥을 착각할 수도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거의 없다"고 답해 극히 드문 사례임을 실토했다.
결국 요로결석 환자의 동맥을 건드리면서 비뇨기과 의사가 집도한 수술을 외과 의사가 마무리하는 황당한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정씨의 진단서에는 요로결석과 함께 '장골혈관 손상'이 추가됐고 끊어진 동맥은 '인공혈관'으로 대체됐다.
이 때문에 1주일로 예상된 입원기간은 재활까지 포함해 2개월로 늘었다.
병원측은 실수를 인정하고 수술과 입원, 재활치료에 따른 비용을 대신 부담했지만 환자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정씨는 "수술과정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고 입원한 60여일 동안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다"며 "하루에 피를 7번씩 뽑고 항생제도 계속 맞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퇴원하고 나서도 왼쪽 발목 밑으로 감각이 둔한데다 저림 현상 역시 여전하다"며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