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금융사기 조직의 총책이 처음으로 검거됐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금융사기단 중국총책 박모(35) 씨와 국내 대포통장 공급책 정모(31) 씨, 인출책 한모(38) 씨 등 64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박 씨 등 11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중국 지린성 옌지시에 70명 규모의 대규모 금융사기단을 조직해 운영하면서 파밍과 보이스피싱, 대출사기 등 각종 금융사기를 통해 모두 92명의 피해자들에게 2억 6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해커들을 통해 불법으로 확보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주로 급전이 필요로 한 서민들을 상대로 "00캐피탈, 000실장입니다.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합니다"라는 문자를 무작위로 보내 연락이 온 피해자들을 상대로 보증보험료와 인지세, 전산비용 등의 명목으로 선입금을 요구해 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자녀가 납치됐다. 현금을 입금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해 돈을 요구하는 보이스피싱 사기나, 가짜 은행사이트에 보안장치를 위해 필요하다며 아이디, 비밀번호, 보안카드번호 등 금융정보를 입력하게 해 알아낸 금융정보를 통해 계좌이체시키는 파밍 사기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중국에서 대규모 금융사기단을 운영하다 구속된 총책 박씨는 모 대학교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증권회사에서 일하다, 지난해 10월 우연히 한국에서 알게 된 금융사기단 조직원의 소개로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화유인책으로 일하게 되면서 범행에 빠지게 된다.
◈ '따거' 잡고 보니 경찰행정학과 출신
박 씨는 이 조직에서 범행 수법 등을 전수 받아 올해 6월부터는 자신이 직접 일명 '따거(맏형이라는 뜻)'로 나서 중국 지린성 옌지시에서 금융사기단을 조직해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옌지시내의 한 오피스텔을 빌려 본부(콜센터)로 운영하면서 해커에게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본부 유인책에게 건네 인터넷 전화로 국내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빼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국내 금융사기단을 차례로 붙잡아 들이는 과정에서 총책이 박 씨라는 사실을 파악해 그의 출입국 기록을 조회·추적하던 중에 최근 입국한 박 씨를 지난 8일 인천시내의 한 빌라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국내 하부 조직원들을 검거해도 중국 등 외국에 있는 총책이 계속 새로운 조직원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각종 금융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박 씨의 검거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대부분 한국인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며 수사당국을 피해다니고 있어 그동안 검거된 적이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양영진 마산동부서 지능범죄수사팀장은 "중국에서만 숨어서 활동하는 따거가 검거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검거되지 않은 나머지 중국 소재 금융사기단도 계속 추적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으로 중국내에서 활동중인 금융사기단에 대해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이들과 연계되어 국내에서 활동중인 대포통장 모집조직, 피해금 인출조직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