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산과 계곡까지 온통 자연 눈으로 뒤덮인 은빛 설원 속에서의 활강을 원하는 스키어들은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알프스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하얗다 못해 푸른빛을 내는 설원이 강렬한 햇살을 받아 눈부시다.
젖소들이 뛰놀던 푸른 초원도 마을과 산등성이도 모두 순백의 눈으로 뒤덮인 세상이니 설국이 따로 없다. 알프스 산속 마을의 이런 설경은 이듬해 5월까지 계속된다.
겨울 스키의 천국인 스위스 융프라우는 스키어들의 동경 대상이다.
파우더 스노우(powder snow, 잘 뭉쳐지거나 얼어붙지 않는 눈)에 자연 상태 그대로인 213km의 다운힐(down hill) 슬로프는 활강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산악이 온통 스키장이라 마음 내키는 곳에서 질주하면 그만이다. 때문에 국내 스키장처럼 리프트를 타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하는 일도 더군다나 없다.
융프라우 스키는 크게 그린델발트-피르스트, 클라이네 샤이덱-멘리휀, 쉴트호른 지역으로 나뉜다.
상급자가 아니라면 중급 이하의 스키어들이 원만하게 탈 수 있는 하늘 아래 첫(first) 동네인 피르스트(2168m)를 추천한다. 그린델발트(해발 1034m)에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피르스트 곤돌라역에서 25분 정도 올라야 닿는 곳이다.
피르스트에 오르는 리프트에 앉으면 베터호른, 아이거 등의 암봉과 알프스의 그림 같은 산악과 만년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그 아래에선 스키어와 스노우 보더들이 은빛 설원을 자유롭게 질주하듯 활강하기도 하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곡예를 선보이기도 한다.
피르스트는 광대한 설원 속에 부드러운 경사를 지녔기에 가족 스키어에게도 무난하다.
부모를 따라 스키를 배우러 온 어린 아이는 물론 희끗희끗한 백발을 휘날리는 노인들까지 나이를 불문한 스키 마니아들이 북적거린다. 휴식 차 스키장 근처의 음식점에 앉아 담소를 주고받는 사람들의 손에 들린 머그컵에서는 커피의 진한 향기가 물씬 풍긴다.
스키 실력에 자신이 있다면 피르스트에서 리프트를 타고 오베르요흐(해발 2500m)까지 올라가도 된다. 만약 프로급의 상급 스키어들이라면 월드컵 대회가 열리는 클라이네 샤이덱(2061m)이나 라우버호른(2473m)까지 도전해볼 만하다.
스위스 내 29개 리조트는 해발 2800m 이상의 높이에 자리 잡고 있고, 슬로프 45개는 전체적으로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지역도 넓고 리프트 타는 방법도 복잡하기 때문에 각 지역의 안내도를 통해 슬로프의 난이도, 개방여부, 적설량, 기온 풍속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어느 지점까지 하강해서 리프트를 탈 것인지 결정하고 스키를 시작해야 한다. 지도상 슬로프 난이도는 하늘색(초보자), 빨간색(중급자), 검은색(상급자)으로 표시되어 있다.
스키 장비도 체인형 스키 렌털점의 네트워크화로 편리하게 빌릴 수 있는데 각 마을, 리프트에서 대여 및 반납이 가능하다. 또한 초보자들을 위한 스키 스쿨에서는 140여명의 강사들이 수준별 스키 수업을 진행한다. 3세 이상부터 6일 코스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스키나 보드에 자신이 없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이거 북벽 산자락 밑에서 타는 아이거 런 눈썰매(Sledge)가 색다른 묘미를 가져다준다. 부드러운 설질을 발끝으로 느끼며 피르스트에서 45분 정도 눈썰매를 끌고 올라가면 8km 구간 눈썰매 출발점이 나타난다.
나무로 만든 눈썰매에 걸터앉아 출발하면 서투름에 겁부터 나지만 곧 요령을 터득하면 스키 못지않은 스릴감과 색다른 재미에 빠져든다. 눈썰매 앞부분에 달린 끈을 당기거나 두 발을 내딛으면 속도 조절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