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모두발언을 한 뒤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날 만남은 황 대표가 여의도로 당사를 이전한 민주당 당사를 방문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두 대표가 만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3자 회동 이후 처음이다.
황 대표는 김 대표에게 축하난과 떡 선물을 건네면서 "양당이 새 당사를 마련했을 때 대표들이 인사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던 전례가 있다"며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김 대표님이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하시고 여당이 좀 함께 일을 해야 하는데 얽힌 것도 있고 해서 앞으로 잘 되도록 노력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는 "떡까지 가지고 오셔서 고맙다"면서도 "제가 지금 나란히 앉아서 웃고 있기에는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민주주의와 민생이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에 지난 대선 의혹 사건 관련한 공약 파기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민생을 파탄시킨 부분을 덮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화두로 꺼냈다.
김 대표는 이어 "연일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게 아니라 악재가 나오고, 야당에 비난을 퍼붓는 것으로 정국이 풀린다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해"라며 "특검과 특위, '양특'으로 이 문제를 넘겨놓고 양당이 민생과 경제살리기 법안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와 국가기관 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민주당의 요구와 관련해 공이 새누리당으로 넘어간 이상 여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황 대표님도 몇 번 새누리당의 당론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지만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계신데 어떤 생각이신지 (묻고 싶다). 이제 시간은 자꾸 가고 있다"며 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어 "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야 이 정국을 타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길이 보이지 않아 참으로 답답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된 양자회동은 5분 만에 비공개로 전환됐으며,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새누리당에선 황 대표를 비롯한 여상규 대표 비서실장과 유일호 대변인이, 민주당측에선 박기춘 당 사무총장과 노웅래 대표 비서실장, 김관영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양특'을 이야기했지만, 새누리당은 입장을 밝힌 것이 없고 논의해보자고 했다. 지금은 (인사청문회를 하니까 시점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당공천제 폐지와 관련해 정개특위에서 논의하자고 했고, 새누리당은 고민해보겠다고 했다"면서 특검에 대해선 "새누리당이 신임 총장을 믿어보자고 했다. 특검은 그 때 해도 안 늦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당 대표의 반응은 엇갈렸다. 김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늘 하던 이야기를 했다. 변한 상황이 없다"고 말했고, 황 대표는 "충분히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나눴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여상규 비서실장은 "양쪽이 이야기를 충분히 나눴고, 조만간 비서실장끼리 합의할 부분을 합의하기로 했다. 이야기를 좀 더 하면 (결론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양측은 다만, 국정원 개혁 특위와 정개특위 설치와 관련해선 상당 부분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원샷특검'을 주장한 만큼 새누리당이 특검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때까지는 계속 정공법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