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핵심 키워드인 ‘4대 사회악 근절’이 저물고, 바야흐로 ‘법질서 확립’이 경찰의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경찰청은 “예년에 비해 한 발 앞서 ‘연말ㆍ연시 민생안전 및 법질서 확립 대책’을 수립하고 내년 1월 29일까지 80일을 집중 추진기간으로 설정, 총력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4대 사회악 근절 등으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국민의 체감안전도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 하에 ‘선제적이고 역동적인 경찰활동’을 전개해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총력 추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경찰이 그동안 연말연시마다 시행한 ‘민생치안대책’이나 ‘특별방범활동’과 비교하면 이번 대책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법질서 확립’ 키워드가 새롭게 등장한 데다 추진기간이 80일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연말연시 대책은 대체로 “민생침해 범죄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특별방범 활동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기간도 짧게는 11일에서 길게는 21일에 불과했다.
이번 대책의 중점 과제로 제시된 △주요 범죄수배자 특별검거 △기업형 유흥업소 및 불법 사행성게임장 단속 △사이버범죄 집중 단속 등도 ‘강ㆍ절도 예방’이나 ‘음주운전 특별단속’ 등 예년의 과제와는 차이가 있다.
경찰은 특히 “교차로 주변 교통 무질서를 추방하는 등 교통질서 확립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연말연시 각종 집회시위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해 법질서를 확립하고 시민불편을 최소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이처럼 최근 들어 ‘법질서 확립’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것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8월 광복절 축사와 9월 국무회의, 10월 경찰의 날 축사 등에서 잇따라 ‘법질서 확립’을 강조했다.
상반기 내내 ‘4대 사회악 근절’을 치켜세우던 이성한 경찰청장 역시 “법질서 확립과 경찰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 달라”고 지휘관들에게 주문하는가 하면(8월), 경찰의 날 인사말에서도 4대악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국민 안전과 법질서 확립의 사명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경찰관’들을 치하했다.
아울러 CBS노컷뉴스 보도<지난 9일자 “경찰 '15분뒤 무조건 진압' 강경 선회”>대로 경찰이 집회에서의 불법 행위를 현장에서 즉시 처리하기로 한 것도 ‘법질서 확립’ 차원이다.
하지만 경찰의 이 같은 방침은 공권력 남용으로 이어져 민주주의를 위축시키고, 오히려 집회시위가 과격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경찰의 법질서 확립 공언 직후 서울 도심에서 물대포가 등장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전반적인 걸 잘 검토해서 현장에서 물의가 없도록 운영의 묘를 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