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약탈 미술품 조사 박차…일부 주인 못찾을 수도"

은닉자 처벌 가능성도 '불투명'…미술품 22점 추가 발견

독일 정부가 뮌헨에서 발견한 것으로 최근 알려진 나치 약탈 미술품 1천400여점에 대한 조사에 속력을 내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작품은 원주인을 찾지 못할 수 있으며 일부는 나치 치하에서 이들 작품을 수집하고 은닉해 온 미술품 수집상의 아들에게 돌아갈 가능성마저 있다고 AFP통신과 미국 뉴욕타임스 등이 독일 시사주간지 포커스를 인용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미술품의 존재를 처음 보도한 포커스는 독일 연방정부가 관련분야 담당 직원 여러 명을 뮌헨이 속한 바바리아주 법무부에 파견했다고 전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연방 정부는 이들 미술품이 나치 약탈과 관련됐다는 정황이 나옴에 따라 이들 약탈 미술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포커스는 그러나 미술품 가운데 상당수는 원래 소유자를 찾지 못할 수 있으며 반환 요구도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독일 세관 관계자의 말을 토대로 보도했다.

1천400여점 가운데 315점은 나치 정권이 '퇴폐 미술'(degenerate art)로 낙인찍어 확보할 당시 공공 미술관 소유로 돼 있어 미술관이나 원래 주인 모두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다른 194점은 유대인 수집가들이 강압에 의해 판매한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함께 발견돼 원래 주인이나 그 후손들에게 되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법적으로 인정되는 진짜 주인을 찾지 못하면 미술품들을 숨겨온 코르넬리우스 구를리트(79)에게 일부 작품이 다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1998년 나치 약탈 미술품 반환에 대해 38개국이 미국 워싱턴에서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독일 정부가 코르넬리우스의 소유권을 박탈할 가능성은 있다.

코르넬리우스가 법적 처벌을 받을지도 불투명하다고 포커스는 지적했다.

세관은 나치 시절 유명 미술품 거래상이었던 아버지 힐데브란트 구를리트(1895∼1965)의 아들인 코르넬리우스의 탈세 혐의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2월 이들 작품을 발견했는데 당국은 당시 코르넬리우스를 심문한 뒤 기소하지 않고 풀어줬다.


코르넬리우스는 이후 줄곧 행방이 묘연한 상태라고 바바리아주 검찰은 해명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그러나 지난 8일 코르넬리우스가 자신이 미술품들을 보관해온 뮌헨의 아파트 인근에서 프랑스 주간지 파리마치 기자들에 의해 목격됐다고 10일 보도했다.

코르넬리우스는 집 근처에서 그를 쫓던 기자들과 마주쳤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고 인디펜던트는 덧붙였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지난 4일자로 쓰인 코르넬리우스의 편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편지에는 미술품이 발견된 그의 뮌헨 아파트 주소가 발신지로 적혀 있었고 이 문제와 관련해 가족의 성을 거론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돼 있었다.

이들 미술품을 지난해 초에 확보한 독일 정부가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원소유자 추적에도 소극적이다가 뒤늦게 언론 보도가 나오고서야 조사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제기됐다.

미국유대인위원회(AJC) 독일 지부는 "불의를 정당화하는 법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수치스럽다"며 독일 정부가 결단을 내려 해당 미술품의 소유권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힐데브란트가 사들인 것으로 보이는 나치 약탈 미술품 22점이 슈투트가르트 인근에 있는 코르넬리우스의 처남 집에서 발견됐다고 독일 유력 일간지 빌트가 10일 보도했다.

독일 남부 바덴 뷔텐베르크주 경찰은 '니콜라우스 프라슬'이라는 이름의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슈투트가르트 인근의 주택에서 미술품 22점을 수거해 안전한 곳에 옮겼다고 발표했다.

빌트는 프라슬이 코르넬리우스의 세살 아래 여동생 니콜리네 구를리트와 결혼했으며 니콜리네는 앞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프라슬은 나치 약탈 미술품이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경찰에 연락해왔다고 전했다.

빌트는 또한 힐데브란트가 1940년 나치 선전장관인 요제프 괴벨스에게 4천 스위스프랑을 주고 피카소·샤갈·고갱 등의 작품이 포함된 200점의 '퇴폐 미술품'을 건네받기로 한 계약 내용을 공개했다.

힐데브란트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연합군의 조사를 받을 당시 보유한 미술품이 수백 점이라고 신고했으며 연합군 측은 이들 작품을 압수했다가 1950년 다시 그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포커스 등 독일 언론은 나치가 약탈한 것으로 보이는 예술품 1천406점이 독일 뮌헨에 있는 코르넬리우스의 아파트에서 발견됐으며 이들 예술품의 가치가 10억 유로(1조4천억원 가량)에 이른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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