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남자부는 상위권이 물고 물리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6연속 우승팀 삼성화재(승점 5)는 1위 대한항공(승점 7)과 개막전에서 이겼지만 4위 LIG손해보험(승점 4)에 덜미를 잡혔다. 2연승을 달리던 현대캐피탈(승점 6)은 대한항공에 져 2위로 내려앉았다.
무엇보다 최강 삼성화재가 지난 시즌만큼의 강력함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월드 리베로 여오현의 현대캐피탈 이적과 배구도사 석진욱 러시앤캐시 코치의 은퇴로 생긴 수비진 공백을 절감하는 모양새다.
삼성화재는 리베로 이강주와 김강녕을 번갈아 투입하고 레프트 고준용을 넣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 팀 리시브 정확도에서 삼성화재는 세트당 8.167개로 7개 팀 중 최하위다. V리그 출범 후 리시브 성공률에서 독보적이었던 삼성화재는 최근 몇 시즌 수치가 낮아졌지만 9개 미만으로 떨어진 건 올 시즌이 처음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팀의 7연패를 이룰 키플레이어로 꼽히는 선수가 세터 유광우(28, 184cm)다. 흔들리는 수비진의 리시브를 받아 매끄럽게 레오-박철우 쌍포로 전달하는 연결 고리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유광우, 흔들리는 리시브 잡아줘야"
명세터이자 삼성화재 출신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최근 삼성화재에 대해 "리시브가 불안정해지면서 유광우의 토스도 좀 흔들리는 것 같다"면서 "스파이크 스텝 하나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레오가 LIG손해보험과 경기에서 다소 막혔다"고 말했다.
역시 삼성화재 출신 김세진 러시앤캐시 감독도 "삼성화재가 전반적으로 여오현, 석진욱의 공백을 아직 메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유광우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유광우는 "팀 리시브가 어떻다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면서 "모두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들쭉날쭉한 리시브 탓에 활동 범위가 넓어져 성치 않은 발목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체력에 대한 문제점은 없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주포 박철우 역시 "리시브가 불안하면 토스도 흔들린다"면서도 "그러나 주공격수라면 책임을 져야 하고, 그러면 토스도 안정될 것"이라며 유광우의 선전을 기대했다.
유광우는 11일 현재 세트(공격 성공으로 연결된 토스) 3위(세트 당 11.917개)를 달리고 있다. 상대 공격을 걷어올리는 디그에서도 6위(세트 당 2개)로 세터로는 유일하게 10위 안에 올라 있다. 공격수에 대한 볼 배급 외에도 수비진에 힘을 보태고 있는 셈이다.
유광우는 "중심을 잡아주던 선배들이 없고, 이제 나도 중고참이 됐다"면서 "이기면서 호흡을 맞춰가겠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과연 유광우가 삼성화재 7연패를 위한 조타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낼지 지켜볼 일이다.